그룹 엔하이픈(ENHYPEN)이 ‘Checkmate’를 끝으로 ‘THE SIN’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6인 체제 전환과 브랜드 개편을 거쳐 새로워진 엔하이픈이 거둔 결과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변화 이후 선보인 첫 앨범으로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은 지금, 엔하이픈이 앞으로 보여줄 ‘확장’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미니 7집 ‘THE SIN : VANISH’에서 미니 8집 ‘THE SIN : BLISS’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멤버였던 희승이 탈퇴하고 정원·제이·제이크·성훈·선우·니키가 6인 체제로 재편된 뒤 처음 선보인 앨범이었던 만큼, 새로운 구성으로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팀의 새로운 비전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이기도 했던 미니 8집 ‘THE SIN : BLISS’의 성과는 결론부터 말하면 괄목할 만했다. “엔하이픈 커리어 역대 최고의 앨범이 될 거라 자부한다”는 멤버 제이의 말은 현실이 됐다. 해당 앨범은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고, 타이틀곡 ‘Bloody Paradise’는 국내 음악방송 7관왕을 기록할 뿐 아니라, 미국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 23위에 진입하는 등 새 체제에서도 엔하이픈의 경쟁력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THE SIN : BLISS’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성과는 기록뿐만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위기와 변화가 팀을 흔들지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여섯 멤버가 엔하이픈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든지 다음 장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뱀파이어를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관과 그 서사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밀도 높은 퍼포먼스는 여전히 유효했고, 이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팬덤의 참여 구조도 팀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했다.
무엇보다 엔하이픈은 팀의 변화를 이유로 기존의 색깔을 버리지 않았다. 위기 속에서도 함께하는 순간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THE SIN : BLISS’는 전작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THE SIN’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팀이 놓인 현실과 앨범의 서사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변화 속에서도 관계와 결속을 강조했다는 점은 지난 6월 브랜드 개편에서 제시한 방향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당시 기존의 핵심 가치였던 ‘연결’을 ‘다차원적 결속’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로고와 심볼을 공개한 엔하이픈은 사람과 사람, 세계와 세계를 잇겠다는 데뷔 당시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을 다양한 관계와 가치를 확장하는 중심축으로 재정의했다. 멤버가 탈퇴했다고 기존의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지금까지 쌓아온 정체성을 바탕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뱀파이어를 중심으로 한 서사는 엔하이픈의 뚜렷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이들이 집중할 부분은 세계관 자체의 변화보다 그 세계관을 음악과 무대에 담는 방식의 확장이다. 다음 앨범에서 엔하이픈만이 가진 강점을 지키면서도 ‘THE SIN’과는 다른 이야기와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6인 체제의 첫 활동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지만, 한 차례의 성적만으로 새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후속 앨범과 무대에서도 지금의 경쟁력을 이어갈 때 엔하이픈이 내세운 ‘확장’ 역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드 개편 당시 제시한 ‘다차원적 결속’도 구체적인 결과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로고와 문구에 머물지 않고 음악 장르의 확장, 다른 아티스트 및 분야와의 협업 등으로 연결될 때 브랜드 개편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확장은 무대 밖 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멤버 정원은 ‘THE SIN : BLISS’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 개편의 방향을 설명하며 헌혈 캠페인을 예로 들고 “앞으로도 엔하이픈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드릴 수 있는 활동을 더 많이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만들어온 연결을 다른 영역에서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활동이 ‘새로운 엔하이픈’을 알렸다면, 다음은 그 가능성을 음악과 무대에서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다. 더 넓은 청중에게 도달하는 음악과 새 체제만의 색깔이 ‘넥스트 엔하이픈’을 가늠할 기준이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