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원주가 경도인지장애 판정으로 기억력 저하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은 가운데, 68년 전 입학한 숙명여대 국문학과 시절부터 55년 지기 친구와의 추억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31일 첫 방송되는 MBN ‘언포게터블 듀엣2’에서는 87세 전원주가 55년 지기 배우 김형자와 함께 소중한 기억을 되짚으며 듀엣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이 공개된다.
이날 전원주는 김형자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고 반가워하다가도 당시 상황을 선뜻 떠올리지 못한다. 얼마 전 김형자와 만났던 일도 기억하기 어려워하자 곁에 있던 김형자와 가수 이무송이 하나씩 설명을 보탠다.
전원주는 “요즘 사람을 빨리빨리 못 알아본다”며 “얼마 전에 만났다는데, 생각이 잘 안 난다. 기억력이 점차 떨어져 간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에게는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과 자신의 지난 삶을 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전원주는 “지나온 나의 삶과 소중한 사람들을 잊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무섭고 겁도 났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그런 그가 다시 찾아가는 곳은 68년 전 대학생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숙명여대다.
전원주는 1958년 숙명여자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한 58학번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모교를 찾아 학창 시절의 기억과 자신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애썼던 어머니를 떠올리는 모습이 예고됐다.
전원주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원주인공’에서도 숙명여대를 찾아 대학 시절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내가 여기 숙명여대를 나왔지 않냐. 그런데 아무도 안 믿는다”며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오랫동안 드라마에서 식모 역할을 맡았던 탓이었다.
전원주는 “맨날 식모 역할만 하니까 고등학교도 안 나왔을 거라고 한다”며 직접 졸업증명서와 성적표를 확인하러 나섰다.
모교에 들어서자 오래전 등굣길도 떠올랐다.
그는 “그때는 이렇게 길이 좋지 않았다. 전부 흙길이었다”며 “버스가 있었지만 나는 돈이 아까워서 매일 걸어 올라갔다”고 회상했다.
숙명여대 국문학과에 다니던 시절, 버스비를 아끼려고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자신을 대학에 보낸 이유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냈다. 당시 숙명여대 출신이 좋은 신붓감으로 꼽혔다며 딸의 장래를 걱정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렸다.
졸업증명서에 이어 오래전 성적표까지 확인하자 전원주는 “몇십 년 전인데 어떻게 다 나오냐. 거짓말 못하겠다”며 웃었다.
성적표에는 C와 D 학점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958년 국문학과 학생이었던 전원주는 졸업 후 교사로 일하다 성우의 길에 들어섰고,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약 30년의 긴 무명 시절을 견뎠다.
이번 ‘언포게터블 듀엣2’에서도 그 시절을 비롯해 평생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와 연기 인생을 돌아볼 예정이다.
그런데 전원주가 최근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 33년 전 그가 했던 행동을 또렷이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가수 이무송이다.
이무송은 자신의 어머니와 전원주가 7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친구 사이라며 어린 시절 전원주가 자신을 업어 키워줬다고 밝혔다.
그는 1993년 ‘사는 게 뭔지’로 KBS ‘가요톱10’ 골든컵을 받았던 순간도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 전원주는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를 녹화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무송이 데뷔 10년 만에 골든컵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한걸음에 달려와 이무송과 그의 어머니를 축하해줬다고 한다.
이무송에게는 33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일이었다.
최근 김형자와 만났던 상황은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전원주에게, 이무송은 자신이 오래도록 간직해 온 전원주의 모습을 들려줬다.
김형자와 이무송이 당시 상황을 하나씩 설명하자 전원주도 조금씩 추억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는다.
전원주는 기억력 변화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지금의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의 나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남겨야겠더라. 지금 간직한 기억을 깊이 새기고 싶었다”며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 운동과 노래를 즐기는 전원주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꿈도 꺼냈다. 이번에는 55년 지기 김형자와 함께 듀엣 무대에 오른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김형자가 “우리 노래 시작할까”라고 묻자 전원주는 “그래그래”라며 웃었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잊을까 두렵다고 털어놓았던 전원주는 다시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전원주 아직 안 죽었어! 지금부터 시작이야!”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