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안준철 기자]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풍운아’ 심수창(35·한화 이글스)이 그토록 기다렸던 선발승을 1799일 만에 따냈다.
심수창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 3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사4구는 단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이날 한화가 두산을 10-9로 누르며.승리투수 몫은 심수창이 가져갔다. 지난 2011년 8월27일 목동 롯데전에서 선발승을 올린 지 1799일만에 거둔 선발승이다. 당시는 넥센 소속이었다. 1799일 동안 넥센에서 롯데, 롯데에서 한화로 유니폼도 2차례나 갈아입었다.
30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한화 심수창이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이날 선발승은 예상 밖이었다. 심수창은 전날(29일) 두산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파비오 카스티요를 구원 등판해 1⅔이닝을 소화해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한화는 연장 11회 혈투 끝에 9-8 역전승을 거뒀지만, 30일 선발이 문제였다. 송은범과 윤규진이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대체 선발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상식 파괴적인 기용이 나왔다. 심수창이 선발로 이틀 연속 등판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 수 있었다. 1회 불안하게 출발하면서 걱정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타선의 지원 속에 2-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심수창은 박건우와 류지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몰린 뒤 1루 주자 류지혁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이어 심수창은 폭투를 범하면서 실점했다. 다행히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불안감은 계속됐다. 심수창은 2회 허경민의 내야안타, 박세혁의 3루타와 김재호의 희생플라이로 2-3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3회부터는 실점이 없었다. 3회 1사 후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타자를 범타로 잡아낸 심수창은 4회 삼자범퇴로 두산 타선을 막았다. 5회초 한화가 4-3으로 역전한 뒤에도 심수창 5회말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6회초 타선이 2점을 더 보태 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6회 에반스를 내야뜬공으로 잡아낸 뒤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는 89개였고, 속구 최고구속은 145km였다. 6-3으로 한화가 앞선 상황이었다.
이후에는 동료들을 믿어야 했다. 선발승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마조마했다. 선배 박정진이 곧바로 실점해 6-4로 쫓겼다. 타선이 7회초 3점을 보태며 9-4로 달아났지만, 7회말 야수들의 어이없는 수비가 잇따라 나오면 3실점했다. 두 팀은 8회에도 1점을 주고받았다. 심수창의 승리는 마무리 정우람이 지켰다. 8회 2사에서 올라온 정우람은 9회 1사 후 김재환에 우월 솔로포를 맞으며 조마조마한 순간을 만들었지만, 이후 1점을 지켜내며 1799일만의 감격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