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역대 최약체라지만 이리 허무하게 끝날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잇달아 패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야구팬들은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무거운 몸놀림에 크게 실망했다. 나름 팀에서 잘 한다는 에이스급 선수들만 모아 대표팀을 꾸렸지만 제 기량을 보인 선수는 잠깐 등판한 메이저리거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뿐이었다. '절실함이 없다'는 등 탈락 원인에 대해 말이 많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대표팀의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8일 오후 대표팀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대만전을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2016년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스프링 캠프 시작을 2월1일로 늦췄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은 1월 30일, 2월 1일에 스프링 캠프를 떠났다. 스프링 캠프 시작이 늦춰지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개인적인 자율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훈련이 늦은 만큼 몸 상태도 평소보다 늦게 완성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시행하는 올해 WBC와 맞물리면서 선수들이 몸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한국팀의 두 경기를 분석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고로 올라와 있지 않더라. 투수들은 스피드나 제구력이 덜 갖춰져 있었고, 야수들은 공-수에서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전에서 투수 6명(장원준 심창민 차우찬 원종현 이현승 임창민)을 올렸지만 하나 같이 제구력이 흔들렸다. 이는 네덜란드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자들은 상대의 빠른 볼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몇몇 타자들은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간 뒤 방망이를 휘두르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했다.
대표팀은 오키나와 훈련부터 보름 넘게 합숙했다. 연습경기도 꾸준히 가지며 몸을 끌어올리고 실력을 체크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스프링캠프가 예년보다 늦게 시작할 때 경험 많은 선수들은 컨디션을 잘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보름 늦어진 스프링캠프가 이번 WBC의 참패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