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간 부산 지역일대는 이 한 마디로 떠들썩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뜨거운 야구열기가 다시 한 번 고조됐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야구 팬이었고 롯데에 대한 자부심과 대견함으로 가득했다. 거리는 이를 알리는 광고문구가 수를 놓았는데 “마 함 해보입시다”는 대표적인 구호였다. 구수한 사투리가 정감어린데 뜻은 원대했다. 5년 만의 가을야구. 단순 참가를 넘어 돌풍을 일으켜보자는 뜻이 가득 담겨져있었다.
5년 만의 가을야구였지만 롯데는 아쉽게 단 5경기 만에 무대서 퇴장하고 말았다. 따지고보면 부산에서는 고작 3경기 밖에 하지 못했다. 3위로 선착해 와일드카드결정전서 승리한 NC 다이노스를 상대했는데 시리즈전적 2승3패로 패했다.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대망의 5차전서도 0-9로 크게 지며 탈락하고 말았다.
탈락이 확정되자 사직구장은 알 수 없는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관중석에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분노와 애정이 뒤섞인 과격한 언사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5년 만의 가을야구가 일찍 종료된 그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한 시간여가 흐른 뒤 사직구장 정문출구. 방금 전 고요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긴 행렬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레드카펫을 바라보는 느낌이 났을 정도. 인근 커피숍에도 사람들로 넘쳤다. 사람들은 한 곳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자 얼마 뒤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롯데 선수들이 퇴근하는 장면. 사복을 입은 롯데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이 정문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환호성을 질렀다. 몇몇 선수들은 쑥쓰러운 기색을 나타냈지만 싫지 않은 미소로 화답했다. 가벼운 손인사 및 목례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격려를 하기도 하며 잘했다는 칭찬소리도 들렸다. 이 장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경기가 종료된 뒤 한 시간여가 지났음에도, 그 이후에도 이어진 것이다.
롯데의 일주일간 축제는 그렇게 끝났다. 객관적으로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정규시즌 3위 팀이 4위 팀에게 졌을뿐더러 그 상대가 지역라이벌인 NC라는 측면에서 더욱 뼈아플 부분이다. 조원우 감독은 비장했지만 초보감독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선수들은 NC에 비해 이기는 경기, 가을야구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듯보였다.
5년 만의 가을야구가 시작하던 지난 8일 사직구장. 수많은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며 그 관심을 증명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일주일간 에피소드 또한 많다. 8일 1차전 당시 사직구장 매진은 기본, 뜨거운 부산지역 팬들의 열정이 인상적이었으나 1차전 허무한 패배 이후 2차전 매진에 실패하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여러 이유가 복합적이나 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팬들에겐 당황스러운 이야기. 1차전의 허무한 패배는 또 다른 상처도 남겼는데 분노한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이 경기장에 오물을 투척하는 나오지 말아야할 장면도 나오고 말았다.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4차전은 예기치 못한 빗줄기 때문에 하루 순연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런데 이는 생각보다 롯데에게 호재로 작용했는데 탈락 위기에 내몰렸던 롯데는 4차전서 대승을 거두며 사직에서 5차전을 치를 수 있었다. 긴장감이 최고조였던 5차전에는 난데없는 폭발물신고 소동도 일어났다. 사직구장 화장실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한 에피소드인데 그 자체만으로도 놀랄 일. 다행히 허위신고로 밝혀졌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인기과 열정이 남긴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5년 만에 다시 축제를 한다는 의미에서 생각하면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 그만큼 부산지역 팬들은 가을야구에 허기를 느꼈고 눈앞에 다가오자 그 흥분됨을 쉽게 숨기지 못했다.
롯데의 가을야구는 뜨거웠지만 이렇듯 아쉬웠고 또 짧았다. 성공도 아니었다. 하지만 팬들의 열기만큼은 확실했다. 빗줄기도, 폭탄도 막지 못할 그런 부분. 경기 후 사직구장 정문 쪽에는 한참이나 선수들을 격려하는 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