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목숨’은 ‘파리목숨’…불명예 퇴진한 김기태·양상문 [2019년 그 사람]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2019년 프로야구 감독들의 생명은 짧았다. 2명의 감독이 시즌 중에 중도 사퇴를 했다. KIA타이거즈를 이끌던 김기태(50)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왔던 양상문(59) 감독이다.

과거 감독의 목숨을 파리 목숨에 비유하던 시절이 있었다. 계약직인 감독들은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이를 보장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어쩌면 2019년, 프로야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 셈이었다. 두 감독 모두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스타트는 김기태 감독이었다. 2015시즌부터 KIA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어수선했던 호랑이군단을 6위로 이끌며 가능성을 보였고, 2016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7시즌에는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지도자로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2018시즌에도 5위로 KIA의 가을야구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9시즌을 앞둔 KIA의 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최고참 임창용과의 불화설이 퍼져 나가면서 김 감독의 입지는 좁아졌다. 결국 KIA가 13승1무29패(승률 0.310)로 최하위로 처진 5월16일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올 시즌 첫 불명예 퇴진 사례가 됐다.

이후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인 7월19일 양상문 감독이 이윤원 단장과 함께 사퇴했다. 역시 성적 부진이 큰 이유였다. 롯데는 전반기를 34승2무58패(승률 0.370)으로 마쳤다. 역시 최하위로 처진 상황이었다.

역시 불명예 퇴진이었다. 2004~2005시즌 롯데 사령탑으로 이대호 장원준(현 두산) 강민호(현 삼성) 등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 롯데를 이끌어나갈 주축 선수들을 발굴했던 양 감독은 이후 해설위원과 LG트윈스 감독, LG 단장을 거쳐 친정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지 8개월여 만에 옷을 벗는 단명 감독에 그치고 말았다.

김기태 감독의 경우에는 KIA를 우승으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2017시즌 우승을 이끌었던 주축 베테랑 선수들은 기량이 너무 빨리 하락했고, 기회를 얻은 영건 선수들은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성적은 계속 하락했다.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김기태 감독은 끝내 자진해서 사령탑 자리를 내려놨다. 형님 리더십으로 KIA에 새 바람을 넣었지만, 유독 고참 선수들과 각을 세우는 장면이 나오면서, 형님 리더십에는 생채기가 생겼다. ‘동행’이라는 KIA의 캐치프레이즈에도 흠집이 나고 말았다. 코드에 맞는 선수들만 기용하고, 소통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양상문 감독이 맡은 롯데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미 팀 상태는 만신창이였다. 마운드와 타선 모두 침체된 상황이었다.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해봤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선발진은 빈약했고 외인 선수는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취약 포지션인 포수는 대안이 없었다. 새로 부임한 감독이 손을 쓰기에는 뭐든 게 부족했다. 수준 낮은 경기력으로 인해 심지어 개그콘서트 야구를 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모든 화살은 감독에게 날아왔다. 계약기간이 2년이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양상문 감독은 짐을 쌌다.

KIA와 롯데가 전국구 인기 구단이라는 점도 감독들의 스트레스가 더 가중됐다는 분석이 있다. 인기 구단이기에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팬들도 많다.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들의 발달로 감독들의 스트레스도 더 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팬들이 많은 KIA와 롯데는 더욱 그렇다.

한 시즌을 치르며 2명 이상의 감독이 중도퇴진한 경우는 2011시즌 이후 8년만이었다. 당시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김경문(현 대표팀 감독) 감독은 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 SK와이번스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은 프런트와 불화로 경질됐다.

어쨌든 김기태 감독과 양상문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감독의 계약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만 새삼 확인하게 됐다. 중도퇴진은 아니지만, 지난 3시즌 동안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았던 김한수(47) 감독은 계약만료 이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물론 김한수 감독의 재계약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김한수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3시즌 동안 삼성은 만년 하위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팀 성적과 감독의 목숨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2019년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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