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내가 회장에 당선될 줄 알았다면 그런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나에게 손해 되는 일이다. 나중에 기회를 얻으면 모를까, 그때는 회장직을 맡고 싶지 않았다.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롯데를 위해서도 성적에 집중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과한 금액이었다. 선수협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6000만 원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게다가 개인 계좌로 입금해 사용 출처를 증빙할 수도 없다. 증빙자료 제출도 의무가 아니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명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1년 9개월간 자신의 시간을 쪼개며 후배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여긴 이대호는 억울해했다. 불법도 아니다. 그만 다르게 했던 것도 아니다. 전임 회장도 같은 방식으로 판공비를 받아 사용했다. ‘관행’이었다.
도덕적 해이다.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이대호는 “문제인 줄 알았다면 반드시 시정조치를 했을 거다. 전임 회장의 판공비 논란이 없어서 문제가 될 줄 몰랐다. 그저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관례여서 주는 대로 받았다. 판공비 외에는 어떤 것도 받지 않았다. 시정조치를 하겠다. 차기 회장과 좋은 취지로 고쳐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대호의 반박과 해명에도 좋은 시선을 받기 힘들다. 그도 한탄했다. 이대호는 “2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느낀 건 힘이 없는 조직이다. 너무 힘들었다. KBO, 구단과 싸워야 한다. 반대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선수협 회장이 좋은 자리가 아니다.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는데 이런 논란이 터질 줄 몰랐다.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안 좋게 물러나는 꼴이라 너무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판공비 논란으로 차기 선수협 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신뢰 회복도 중요하다. 그러나 차기 선수협 회장 선거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선수들이 예년보다 더욱 선수협 회장을 기피할 건 자명하다. 현 회장이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이 막중하다.
이대호는 “선수협은 당연히 현역 선수가 회장을 맡아야 한다. 은퇴선수나 일반인이 현역 선수의 고충을 알 수 없다. 현역 선수가 회장 후보로 나와야 하고 현역 선수들이 직접 뽑아야 하는 자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장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차기 회장도 투표로 결정될 거다. 누가 맡든지 최선을 다할 거다. 이번 논란이 터진 만큼 시정조치를 해서 좋게 물려주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rok1954@maeeh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