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잘 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 자세로 새 출발을 하면 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도쿄 올림픽에서 참사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동메달 결정전에서마저 패하고 말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거듭한 대회였다.
한국 포수 양의지가 7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요코하마(일본)=천정환 MK스포츠 기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우선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5회를 겨우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투수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매 경기 총력전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투수들의 투입은 잦아졌고 온갖 임시 방편이 다 동원됐다.
결국 대회가 거듭될 수록 누더기가 돼 갔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이후 대투수를 키워내지 못한 현실은 매우 냉혹했다.
타격도 믿을 것이 못 됐다. 국제 규격의 스트라이크 존에 전혀 대처가 되지 않았다.
대회 내내 바깥쪽 존에 고전하는 우리 타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타자들의 모습을 수 없이 반복해서 봐야 했다.
스트라이크 존이 바뀌고 달라졌으면 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타자들은 그런 응용력을 갖지 못했다.
KBO리그서 4할에 도전한다는 강백호도 국제대회에선 아직 솜 털이 가시지 않은 어린 선수였을 뿐이었다.
공.수에서 빈틈이 없다던 양의지도 국제 무대에 갖다 놓으니 실수 투성이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 되지 못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이나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크게 고전했던 한국 야구다. 우리의 수준이 딱 그 정도임을 이번 대회를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 두명의 잘못이 아니다. 전체적인 리그의 수준이 떨어져 있으며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음을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이미 신호는 몇년 전부터 시작이 되고 있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국제 대회의 수준에 맞춘 야구의 발전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처절한 반성 위에 새로운 야구를 입혀야 한다. 올림픽에서 동메달도 딸 수 없는 수준의 야구를 우리는 지금 하고 있다. 같은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노력해야만 이 수모를 극복해낼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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