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결문은 명확했다. “배임은 없었고, 계약 해지는 부당했다.” 하지만 엔터 공룡 하이브의 사전에 ‘인정’이란 단어는 없는 듯하다.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에게 255억 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며 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 2라운드’를 선언했다.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의 패소 판결 직후 하이브는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법조계와 업계는 이번 항소를 두고 “실익 없는 자존심 싸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1심 재판부는 민희진의 풋옵션 행사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하이브가 지난 수개월간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주장했던 ‘민희진의 경영권 찬탈 및 배임 의혹’이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하이브가 항소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패배를 인정하면, 애초에 민희진을 해임하고 감사를 진행했던 모든 과정이 ‘무리한 찍어내기’였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255억 원이라는 돈보다, 경영진의 판단 미스를 덮기 위한 ‘명분 유지’가 더 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항소가 ‘지연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민희진에게 지급해야 할 255억 원의 집행을 미루고, 그녀를 계속 법적 공방에 묶어둠으로써 심리적·경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고집’의 대가는 고스란히 주주와 아티스트에게 전가된다. 이미 엔터 업계 초유의 ‘전관 변호사 전쟁’으로 막대한 소송 비용을 지출한 하이브다. 항소심까지 가게 될 경우, 기업의 리걸 리스크(Legal Risk)는 해소되지 않은 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다. 뉴진스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활동 불안정성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하이브가 부담하라”고 못 박았다. 법리적으로 완벽하게 밀린 상황에서 항소를 강행하는 것은, 이제 ‘법의 영역’을 넘어선 ‘감정의 영역’으로 보인다.
글로벌 엔터 기업을 지향한다는 하이브가 시스템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대신, 패소한 소송을 붙들고 늘어지는 모습. 이는 혁신이 아니라 ‘아집’에 가깝다. 1심 판결로 확인된 ‘255억 원’이라는 청구서보다, 돌아선 민심과 주주들의 신뢰 추락이 하이브에겐 더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