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부활한 tvN ‘꽃보다 청춘: 리미티드 에디션’은 첫 회부터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
어디로 갈지, 어디서 잘지, 어떻게 이동할지조차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세 배우를 덩그러니 던져놓았다. 스마트폰과 예산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며 ‘여행은 리미티드, 낭만은 언리미티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익숙한 ‘나영석표’ 예능 문법이지만, 이번에는 사장님 이서진 없이 세 사람만 남겨둔 수평적 관계가 오히려 더 신선하고 경쾌하게 작동했다.
무엇보다 1회에서 가장 눈부시게 활약한 인물은 단연 정유미였다. 나영석 PD의 ‘초심 여행’ 콘셉트 앞에서 그는 대뜸 “저 뽀리뽀(44)예요”라고 털어놓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서진 오빠가 예능 데뷔할 때보다 지금 제가 나이가 더 많다”며 체력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 장면이 빛났던 건 단순한 셀프 디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춘’이라는 단어 앞에서의 어색함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 억지 텐션보다 훨씬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며 이번 시즌의 리얼리티를 단숨에 세웠다.
정유미의 진짜 매력은 꾸밈없는 첫 등장부터 터져 나왔다. 동네 마실 나가듯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를 향해 최우식이 “혼자 지금 등교야?”라고 놀리자, 정유미는 “화장은 했잖아”라고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 이는 계산된 예능 멘트가 아니라 진짜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찐친 바이브다. 여배우의 ‘관리된 이미지’를 훌훌 벗어던진 그의 날것의 표정이 얼마나 강력한 웃음 타율을 지니는지 몸소 증명한 셈이다.
사실 예능 속 정유미의 매력은 단순히 망가지는 데 있지 않다. 당황스러운 돌발 상황 속에서도 결국 생활력으로 수습해 내는 ‘단단함’이 핵심이다. “나 자신을 케어할 건 나밖에 없다”며 온갖 자잘한 생필품과 구급 키트를 바리바리 싸 온 그의 가방은 정유미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낭만을 꿈꾸지만 막상 부딪히면 가장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생활형 리더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크고 든든하다. 속옷 하나 챙기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막내 최우식의 엉뚱함을 정유미가 유쾌하게 받아내고, 이를 박서준이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세 사람의 티키타카는 1회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다.
이서진이라는 거대한 통제탑이 사라진 빈자리는 ‘계급장을 뗀’ 수평적 호흡으로 완벽하게 채워졌다. 사장과 직원의 역할놀이가 주던 긴장감 대신, 셋이 같이 당황하고 서로를 편하게 놀리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서진이 없어서 허전한 예능’이 아니라, ‘이서진이 없어서 전혀 다른 결이 살아난 예능’이다.
숙박비를 아끼려 “시골 민박집도 괜찮다”고 말하고, 낯선 길 위에서 덤덤하게 옛 추억을 떠올리는 정유미의 소박한 태도는 포장되지 않은 진짜 낭만을 선물한다. 첫 방송만으로 이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자를 설득했다. 제한은 많지만 분위기는 가볍고, 주머니는 궁하지만 케미는 풍성하다. 8년 만에 돌아온 ‘꽃청춘’이 더없이 반가운 이유, 그 중심에 ‘여배우’가 아닌 ‘진짜 사람’ 정유미가 우뚝 서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