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봤다. 어찌됐든 실점은 하지 않았다.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과 7-7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 3월 개막하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대비하기 위해 펼쳐진 이번 시리즈를 2승 1무 1패로 마치게 됐다. 앞서 8~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체코를 3-0, 11-1로 격파했다. 15일에는 일본에 4-11 완패했지만, 이날 무승부를 거뒀다. 2026 WBC 1라운드에서 일본, 체코와 더불어 호주, 대만과 함께 C조에 속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유의미한 결과다.

또한 일단 한일전 11연패도 막았다. 한국은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4-3 역전승을 일궈낸 뒤 이번 경기 전까지 일본에 10전 전패했다. 다행히 이날은 달랐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희망을 봤다.

특히 김서현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도 반가웠다. 그는 한국이 6-7로 뒤지던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니시카와 미쇼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김서현은 곧 위기와 직면했다. 나카무라 유헤이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범했으며, 사사키 타이에게는 중전 안타까지 허용, 1사 1, 3루와 마주했다.

다행히 흔들리지 않았다. 고조노 카이토를 1루수 땅볼로 유도, 홈으로 파고들던 3루 주자 나카무라를 잡아냈다. 이어 이소바타 료타는 중견수 플라이로 묶으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이후 9회말 2사 후 김주원(NC 다이노스)이 비거리 120m의 우중월 동점 솔로포를 작렬시키며 한국은 값진 무승부와 마주할 수 있었다.

최종 성적은 1이닝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 총 투구 수는 15구였으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측정됐다.

2023년 전체 1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뒤 통산 126경기(126.2이닝)에서 3승 6패 34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마크한 김서현은 폼이 좋을 시 맹위를 떨칠 수 있는 우완투수다. 올해 성적이 증명한다. 69경기(66이닝)에 나서 2승 4패 2홀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작성, 한화의 뒷문을 든든히 잠갔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10월 1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현원회, 이율예에게 2점포를 허용, 블론세이브 및 패전을 떠안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도 1승 평균자책점 14.73으로 와르르 무너졌으며, 체코와의 2차전 성적 역시 0.2이닝 1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좋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체코와의 2차전이 끝나고 만난 김서현은 “구속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 포스트시즌 때처럼 볼, 스트라이크 차이도 크지 않았다. 그래서 좀 안쪽으로 승부하려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승부 잘 됐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부분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코치님, 감독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포스트시즌 때보다 훨씬 낫다 생각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작년에도 (프리미어 12) 했고, 올해는 일본으로 평가전 가는데, 빨리 승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런 굳은 다짐 덕분이었을까. 이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실점을 막아냈다. 부진 탈출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활한다면 김서현 개인과 한화는 물론, 대표팀에게도 크나큰 낭보가 될 터. 과연 김서현은 2026년 다시 씩씩하게 공을 뿌릴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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