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우완 에이스 이영하(24)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올 시즌 1승에 그쳤던 이영하는 하루만에 2승을 추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투구 내용도 안정적이었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 2차전을 모두 8-5로 이겼다.
12일 LG와의 더블헤더에서 2승을 가져간 두산 이영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스코어도 8-5로 같았지만, 승리투수도 동일했다. 모두 이영하가 승리투수였다. 1차전에서는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2차전에서는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⅓이닝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17년 만에 한 투수의 더블헤더 연속 승리 기록이 나왔다. 한 투수의 더블헤더 연속 승리는 KBO리그 역대 6번째이자 2004년 6월23일 유동훈(당시 KIA) 이후 17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이날 2승을 추가하며 이영하는 시즌 3승까지 기록했다. 시즌 개막 후 여섯 달 동안 고작 1승만 기록했던 이영하에겐 ‘운수 좋은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더블헤더가 끝난 뒤 이영하는 인터뷰에서 “오늘은 나갈 때마다 타이트한 상황이었다. ‘최대한 막자, 팀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운을 뗐다.
하루에 2경기 소화는 쉽지 않다. 체력적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다. 이영하는 1차전 투구수가 29개나 됐지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주한 2차전에서 18개를 또 던졌다. 이영하도 “힘들긴 힘들다”면서도 “즘 (홍)건희형이나 필승조 형들이 많이 던졌다, ‘또 나갈 수 있냐’고 코치님이 물어보셔서 ‘못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사실 불러만 주셔도 감사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이영하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이영하는 끝 모를 부진에 1군과 2군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2년 전 두산의 우승 주역이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로 각광 받던 이영하를 떠올리면 상상도 할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이영하를 살리기 위해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이날 경기는 불펜투수로 이영하가 다시 자신감을 찾은 경기였다.
이영하는 “선발 때 성적이 많이 안 좋았다. 그러다보니 나도 쫓기는 상황이었다”면서 “불펜으로 바뀐 뒤 나는 내가 당연히 10점차로 지고 있을 때 이닝을 소화하는 역할을 할 줄 알았다. 근데 감독님께서 한 번 기회를 주신 것 같다”고 김 감독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폼도 많이 올라갔다. 심리적으로만 잘 콘트롤하면 될 것 같다. 형들도 볼때마다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니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년부터 지금까지 엄청 맞아봤다. 볼넷도 실컷 주면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심리적인 문제가 없어야 확실히 잘 던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젠 잘 할 생각만 하는 이영하다. 그는 “‘잘해야지’라는 말을 반복하다보니 승부욕이 생기는 것 같다. 사실 몇 이닝을 던지던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속된 말로 내가 싸지른 똥이 많다. 내가 치운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겠다”고 덤덤히 각오를 밝혔다. 분명한 사실은 이날 더블헤더 2승으로 이영하는 이전 자신감이 넘치던 그 표정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더블헤더 역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