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에도 제20대 대통령 선거 바람 분다 [이종세 칼럼]

잇단 후보 초청 ‘보고회’ ‘토론회’개최
득표 위해 공약 남발하지만 거의 공수표
대부분 개인 영달 위한 후보 눈도장 찍기용
코로나19 방역 역행하는 모임 자제 여론도
체육계에도 대선(大選) 바람이 분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등. 체육계는 특정인을“이재명 사람이다” “윤석열 사람이다”하며 사분오열의 양상을 띤다. 올림픽 여자핸드볼 금메달의 임오경(민주당‧경기 광명 을)과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우승 총감독 이용(국민의힘‧비례대표)은 현직 국회의원이니까 그렇다손 치자. 대한체육회 간부였던 A씨와 B씨는 약속이나 한 듯 모 후보 줄에 서서 눈도장을 찍었다가 최근 상대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자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양다리라도 걸쳐 몸보신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반면 C씨와 D씨는 반대편 후보 진영에서 뛰면서 각자도생을 노리고 있다. 그래도 이들의 행보는 나은 편이다. 문제는 체육인의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대선 주자들을 초청, ‘보고회’나 ‘토론회’등을 개최하면서 공적 예산과 인력을 소모하며 개인의 영달을 도모하는 행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지층 확충에 혈안 돼 있는 대선후보들이 유권자들 앞에서 무슨 말을 못 하겠는가. 체육계 예산지원, 복지 확대 등 공약(公約)을 남발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공약(空約)이 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울러 코로나19의 창궐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들의 음식업소 모임은 ‘6인 이하’로 제약받는 상황인데 아무리 공적 모임이라 해도 수백, 수천 명이 모이는 체육인 행사가 과연 바람직한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올림픽공원에서 대선후보 초청 체육인대회
지난 12월27일 서울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육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앞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대한체육회는 이와 비슷한 행사를 오는 25일에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지난 12월27일 서울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육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앞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대한체육회는 이와 비슷한 행사를 오는 25일에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오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제20대 대통령 후보와 정부, 국회 체육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대한체육회가 최근 펴낸 우리나라 체육발전 중점 추진 공약집 ‘제20대 대통령 후보에게 체육인이 바란다’의 발간 보고회도 겸해 열린다. 이 자리에 대통령 후보는 물론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 단체 등 중앙은 물론 지방에서도 많은 체육인이 상경,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대선 후보들이 핸드볼경기장 좌석을 꽉 메운 체육인들에게 그럴듯한 공약을 내걸 것은 불문가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2월27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체육 분야 활성화를 위한 중점과제 논의를 위해‘체육인이 바란다’정책토론회를 주관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채익 위원장, 박정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승수 국민의힘 간사, 민주당 임오경 의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는 미래 체육 100년을 선도할 주요 체육 정책 및 중장기 계획 수립과 관련하여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방체육회 대표단, 경기단체연합회 회장단,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대표단, 학교 운동부 지도자위원회 대표자연합, 전국직장운동경기부 연합회 회장단, 스포츠클럽협의회 회장단, 생활체육지도자 협의회 회장단, 각 체육 단체 대표단 등 각계 체육 분야를 대표하는 임원단이 참석했었다. 이날 김승곤 대한체육회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은 발제를 통해 양질의 체육계 일자리 창출, 국민의 스포츠 참여 기반 조성, 전문체육 발전을 위한 우수선수 발굴 육성 기반 강화, 학교체육 정상화 추진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체육진흥투표권 수익금의 50%를 대한체육회의 목적사업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이 같은 주장은 연·기금을 관리하는 국가재정법과 배치돼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 오히려 대한체육회가 수익금 배분을 둘러싸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현재)과 벌이는‘밥그릇 싸움’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5년 전에도 대선 앞두고 개최…실효 없는 공약 남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캠프 제공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캠프 제공
대한체육회의 이 같은 행사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대선후보를 겨냥한 ‘눈도장 찍기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5년 전인 제19대 대통령 선거일(5월9일)을 한 달 앞둔 2017년 4월9일 오후 2시 서울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당시 대한체육회장 취임 6개월 정도였던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문체부 관료 출신과 체육인들이 주도한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가 오는 25일 열릴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와 똑같은 ‘판박이 행사’였다. 그날 대한민국 체육인은 거의 모였다고 할 수 있는 역도경기장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이기흥 회장의 안내를 받아 입장했고 이어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석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후보를 대신해 염동렬 씨가 나왔고,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 대신 송기석 씨가 참석했다. 필자도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 본부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행사를 지켜보았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국위 선양에 앞장서는 체육인들에게 물심양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그러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유승민과 심상정 후보도 문 후보와 비슷한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한국체육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지난해와 올해의 대한체육회 예산은 4000여억 원으로 5년 전과 별 차이 없이 대동소이하다. 올 대한체육회 예산은 2022년 국가 예산 607조 원의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7조 원이 넘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과 비교해도 5% 수준이다. 오히려 국가대표팀 경기력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아시아 3위권으로 퇴보했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라 각국 정부가 해당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듯 체육계 인사의 무분별한 정치 관여도 자제돼야 한다”며 “대선 후보를 초청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을 듣는 것보다는 체육인 자질 향상과 친선을 도모하는 모임을 갖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종세(용인대학교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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