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은 20일 오후 2004년부터 무려 18년간 잡은 지휘봉을 내려놨다. 울산 현대모비스를 KBL 역대 최고의 팀으로 올려놨으며 현대모비스 왕조를 세운 ‘태조’였던 그가 이제는 감독이 아닌 ‘총감독’이 된다.
유 감독은 현대모비스와 함께한 18년 세월 동안 6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12-13시즌부터 2014-15시즌까지는 KBL 최초의 스리핏(3-peat)을 완성하기도 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전 감독이 18년간 잡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총감독이 된다. 그는 지도자 육성을 강조했다. 사진=MK스포츠 DB
근데 타이밍이 애매하다. 유 감독은 2019-20시즌을 끝낸 후 현대모비스와 3년 재계약했다. 2022-23시즌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것. 그러나 그는 2021-22시즌이 끝나고 오래 고민했던 부분을 결국 구단에 전달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단장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다. 그동안 선수 육성과 결과를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지도자를 육성해야 할 때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감독님 입장에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유 감독은 그동안 자신의 다음을 위해 준비했다. 부산 kt에서 물러난 조동현 신임감독을 다시 수석코치로 불러들인 것은 물론 자신과 함께 현대모비스의 상징인 양동근 현 수석코치를 일찍 옆에 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조 신임감독에게 거의 전권을 주듯 많은 부분을 옆에서 지켜봤다. 왕조를 건설한 ‘태조’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과 생각이다.
구단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는 부분.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우리 팀은 양동근, 함지훈이 있지만 유재학이라는 이름에 담긴 상징성이 매우 큰 팀이다. 구단 차원에서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감독님은 지금은 현재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게 맞다는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고 말했다.
물론 유 감독이 당장 팀을 떠나는 건 아니다. 총감독으로서 오프 시즌 일정을 함께한다. 다만 시즌이 시작됐을 때의 역할에 대해선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다.
KBL, 아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장의 마지막은 정말 ‘명장’다웠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난 건 어느 누구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유 감독이기에 더 ‘쿨’하고 멋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