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시대 4번 타자 노시환(23)은 지난해 큰 시행착오를 겪었다.
타율은 0.281로 소폭 상승했지만 2021시즌 18개였던 홈런이 6개로 줄어들었다.
노시환은 스스로 “삼진을 두려워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다 보니 타격 포인트가 뒤로 밀렸고 자연스럽게 타이밍이 늦어졌다. 결국 그 타이밍 때문에 홈런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엔 홈런을 다시 제대로 노려보겠다고 선언했다. 뒤로 밀렸던 타격 타이밍을 앞으로 가져가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그러나 노시환의 노력이 반드시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타격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홈런과 안타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선수가 고민을 했고 그 답을 찾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답은 그리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말처럼 쉽게 타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통산 311홈런을 친 한화 출신 레전드 김태균도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처절하게 노력해 온 주인공 중 하나다.
나름의 답을 찾았을 땐 이미 은퇴의 시간이 찾아왔었다. 김태균의 깨달음 그 어딘가쯤에 노시환이 찾고 있는 답이 있다.
김태균은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강백호 선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뻗어나갈지 기대가 참 컸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른 모양이다. 2018년 29홈런(12위)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강백호 선수에게 16홈런이 작아 보였나 보다. 40홈런, 50홈런을 노리라는 조언을 강백호 선수는 많이 들었다고 한다.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아도, 동료들이나 팬들이 그렇게 기대했다.
사실 그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타율과 출루율이 상승했다. 2021년 강백호 선수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은 6.35로 리그 타자 중 3위였다. 그런데도 그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난 강백호 선수에게 “조언을 듣는 건 좋은데 그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마라. 그러다가 너의 장점을 놓칠 수도 있다. 때로는 네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너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백호 선수는 자기 철학이 확고한 편 같았다. 그는 “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알아야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듣기에 아주 훌륭한 대답이었다.
물론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리고, 시즌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하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사실 타자는 모두 홈런을 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랬고, 내 선후배들도 그랬다. 타석에 들어서면서 누군들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을 펑펑 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건 모두가 꿈꾸는 일이지만, 아무나 이루지는 못한다.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이승엽 선배만 그렇게 했다. 이어 박병호 선수 정도가 한 시즌 50홈런이 가능한 타자로 인정받았다. 누구나 이승엽 선배처럼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꿈꾸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프로 선수는 당연히 큰 목표가 있어야 한다. 코치도 선수가 더 크게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팬들이 제2의 이승엽을 기다리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도 난 강백호 선수의 생각에 동의한다. 홈런 수만 늘리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스윙이 무너진다. 그러다가 자신의 장점을 잃을 수 있다. 강백호 선수가 말한 것처럼 ‘더 많은 홈런’을 치기보다 ‘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이승엽 선배도, 박병호 선수도 그런 과정을 거쳐 최고의 홈런타자가 됐다.
이 고백 속에 노시환이 찾는 답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홈런을 노리겠다는 노시환의 의지가 욕심이라는 벽에 부딪힐 수 있음을 김태균의 고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시환이 홈런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화에서 노시환이 홈런을 많이 쳐 주지 않으면 20개 이상의 홈런을 노릴 타자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노시환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하지만 쉽게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김태균의 고백처럼 이승엽만이 그 해법을 찾아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김태균도 그 답을 찾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긴 어렵다. 김태균도 늘 홈런 숫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고민했고 답을 찾으려 무던히도 애를 쓴 타자였다.
하지만 김태균도 결국 그 답을 완전히 찾지는 못했다. 홈런 타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김태균의 고백 그 처절함 속 어딘가에 노시환이 자리 잡고 있다. 홈런 숫자를 늘리겠다는 노시환의 각오도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답의 근처 어딘가에서 헤매다 끝날 수도 있다. 노시환이 홈런 타자로의 변신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노시환은 김태균이 그토록 절실하게 찾으려 했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노시환에게 매우 실험적이자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