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故김영덕 감독 떠올린 ‘어린왕자’ “20년 야구하라는 말씀, 지금에서야 뜻을 알겠습니다”

“20년 야구하라는 말씀, 그때는 몰랐죠. 지금은 알겠습니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32년 전 추억을 꺼냈다. 프로 시스템이 현대화되며 롱-런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온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김 감독이 신인이었던 1991년,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롱-런하는 프로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몸 관리에 대한 부분도 지금처럼 철저하지 않았던 시절. 그런 상황에서 김 감독은 특별한 주인공으로부터 지금까지 되새기는 조언을 얻게 된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32년 전 추억을 꺼냈다. 프로 시스템이 현대화되며 롱-런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온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32년 전 추억을 꺼냈다. 프로 시스템이 현대화되며 롱-런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온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김 감독은 “1991년, 신인이었던 그때 빙그레전을 앞두고 지금은 작고하신 김영덕 감독님과 우연히 복도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감독님이 ‘앞으로 20년 할 생각으로 야구해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특별한 인연이 없었는데도 조언을 해주셨다. 작은 애가 마운드 위에서 야무지게 던지니까 예뻐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웃음)”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20년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린 마음에 속으로 ‘무슨 말이야’라고 했던 것 같다. 당시만 하더라도 15년 이상 야구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는데 20년을 하라니 그냥 하시는 말씀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넘게 프로 커리어를 쌓았다. 통산 545경기 출전, 2171이닝을 소화했고 134승 144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KBO리그 2000이닝은 김 감독 포함 송진우, 정민철, 이강철, 배영수, 양현종, 한용덕 등 7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김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면 감독님께서 그만큼 목표를 확고하게 잡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면서 해주신 말씀이지만 잘하라는 뜻에서 해주신 덕담이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김 감독은 본인 몸을 철저히 관리하며 경쟁 세계인 프로 무대에서 롱-런했다. 그는 조원우 수석코치와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이 얼마나 루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밝히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멍청했다고 생각한다(웃음)”며 “보통 야간 경기 일정이 되면 새벽 2, 3시에 자게 된다. 근데 꼭 밤 11시에 자려고 노력했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들어가서 잤다. 뭔가 루틴대로 새벽 2, 3시에 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때는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일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번은 수석코치가 트레이드되어 다른 팀으로 가게 되는 날이었다. 보통 우정이 깊고 친하면 같이 밥도 먹고 해야 하는데 다음 날 선발 경기라서 미안하다고, 다음에 먹자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친했던 동료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게 얼마나 슬픈가. 그런데도 경기 전날에는 정말 철저하게 나만의 루틴을 지키려고 했다. 그때는 그랬는데 돌아보면 나를 위한 것이었나, 팀을 위한 것이었나 정리가 되지 않는다(웃음). 나를 위한 게 팀을 위한 것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이처럼 긴 이야기를 꺼낸 건 결국 지금은 바뀐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그가 신인 시절이었던 때는 15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한 이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다르다는 것이다. 20년 이상, 그리고 가까이 프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어린 선수들의 목표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20년 가까이, 그리고 이상의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요즘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선수들의 목표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라며 “누군가가 목표로 하는 기록, 그걸 달성한 이들의 꾸준함에 대해 포인트를 두고 싶다. (김)광현이가 최근 한미 통산 2000이닝을 달성했는데 꾸준히 몸 관리를 해내 얻은 결과다. 송영진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그를 보고 잘 따라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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