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테랑 투수 장원준은 23일 잠실 삼성전서 5이닝 4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958일 만에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1798일 만에 5이닝을 채웠고 1844일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이로써 통산 130승을 달성하며 KBO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뭔가 낭만이 느껴지는 승리였다. 그만큼 진한 감동도 있었다.
장원준의 130승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장원준의 땀과 베테랑의 마지막 길에 힘을 보탠 이승엽 두산 감독의 배려가 만든 합작품이었다.
장원준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 위기에 몰렸었다. 두산은 2019시즌부터 4년 동안이나 승리가 없었던 장원준을 솔직히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 장원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사람이 이승엽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떠밀리 듯 유니폼을 벗게 되면 너무 큰 후회가 남는다. 마지막까지 후회없이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은퇴하라”며 장원준에게 힘을 보태줬다.
이 감독은 “장원준은 팀을 위해 큰 공헌을 했던 선수다. KBO리그서도 손꼽히는 좌완 투수였다. 그런 선수가 허무하게 은퇴해 버리면 모두에게 손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당시 은퇴를 만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130승이라는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졌다. 사나이들만의 의리나 명예, 그리고 낭만이 있는 야구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 감독이 은퇴 위기에서 건져 낸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만년 거포 유망주 신성현(33)이 주인공이다.
이 감독은 역시 방출 기로에 서 있던 신성현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역시 “후회를 남기지 말고 끝까지 붙어 보라”는 것이 이유였다.
스토리 하면 신성현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교토 국제고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지명을 받았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그러나 오래되지 않아 방출됐고 한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잠시 야구를 내려놓아야 했었다.
그런 신성현에게 한화가 다시 손을 내밀었고 한화의 특급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신성현을 주목한 팀은 한화만이 아니었다. 많은 팀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고 한화에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자 두산이 나섰다.
특급 유망주 포수 최재훈을 내주고 신성현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성사 시켰다. 최재훈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 대형 FA계약까지 맺고 한화의 주전 포수가 됐다.
그러나 신성현의 발전은 매우 더뎠다. 아니, 사실상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
2군에선 타격왕에까지 오르며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활약을 했지만 1군에서 통하지 않았다. 신성현의 1군 통산 타율은 0.217에 불과하다.
그런 신성현에게 이승엽 감독은 마지막 기회를 줬다. 한 번 더 도전할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아직 신성현은 이 감독의 배려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1군에선 타율 0.083 무홈런 1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리고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2군 성적은 나쁘지 않다. 15경기서 타율 0.276 1홈런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언제든 1군에 올라 올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성현이 바늘구멍 같은 두산 1군 엔트리를 뚫고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신성현 마저 성공을 거둔다면 ‘이승엽 표 낭만 야구’는 화려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