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 체육의 끝없는 추락인가, 아니면 내년 파리올림픽을 향한 반등인가. 한국 엘리트 체육이 갈림길에 섰다.
16일을 기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10월 8일)이 바로 그 무대다. 이번 대회는 남북한 등 45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이 모두 참가하는 ‘아시아의 축제 한 마당’이다.
하지만 한국체육은 2018년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1998년부터 지켜온 아시안게임 2위 자리를 20년 만에 일본에 내주었다. 이어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종합순위 16위로 45년 전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종합 19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밀려났다.
한국체육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 6, 은 6, 동메달 7개로 종합 10위를 차지한 뒤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종합 12위)만 빼고 32년간 종합 10위안에 들었으나 2020도쿄올림픽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친 것.
더욱이 한국체육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직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처럼 일본에 밀릴 가능성이 매우 크고 내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종합 10위 이내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예상은 아직도 대한체육회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메달 획득 전망조차 하지 못하는 등 준비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쯤은 세부 종목의 메달 색깔 전망이 나와 있어야 하는데 대한체육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각 종목 대표선수 선발전이 끝나지 않아 알 수 없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체육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 중국이 처음 등장하면서 1978년 방콕과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거푸 종합 3위로 밀렸으나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금메달 일본 64, 한국 63)만 빼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28년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2016년 10월 이기흥 회장이 제39대 대한체육회장을 맡은 이후 각 종목 국가대표팀의 전력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일본에 금메달 수 49대 75, 26개 차이로 종합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아시안게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리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례적으로 자카르타까지 날아가 선수단을 격려하고 돌아가는 등 정부 차원의 배려가 있었는데도 결과는 종합 3위라는 달갑지 않은 성적에 그친 것이다. 한국은 금 49, 은 58, 동메달 70개로 일본(금 75, 은 56, 동 74)에 완패했다.
이 같은 부진은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21년 7월로 1년 늦춰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 6, 은 4, 동메달 10개로 종합 16위에 그쳤다. 1984년 LA 올림픽 종합 10위 이후 1988년(서울) 4위, 2012년(런던) 5위, 1992년(바르셀로나)과 2008년(베이징) 7위 등 2000년(시드니 12위)을 제외하고 2016년(리우)까지 32년간 하계올림픽에서 종합 10위 이내에 들었던 한국체육이 최악의 종합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도쿄올림픽에서 금 27, 은 14, 동메달 17개로 종합 3위에 올랐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종합 8위)보다 2계단 앞선 종합 6위의 일본이 한국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린 것이다. 일본이 개최국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대표팀의 전력이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다.
이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체육을 이끄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서 다시 선출됐으나 대표팀 전력 강화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시로 지방을 순회하며 대한체육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생활체육 지도자 등과 회동하는 그 열정을 이 회장이 엘리트 체육의 육성과 장려에 쏟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그러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이 원고작성을 위해 대한체육회 관계자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전망’을 묻자 되돌아온 답변은 “아직 종목별 대표선발전이 끝나지 않아 알 수 없다”였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되기 전만 해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앞두고는 전력 분석 자료를 만들어 훈련에 대처했는데 현재의 대한체육회가 그럴만한 능력을 지녔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어쨌든 대한체육회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갈 대표선수들의 전력을 더 치밀하게 관리하고, 나아가 내년 파리올림픽에서도 그동안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 한국체육의 세계 10강 자존감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