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wRC+ 리그 4위, 최형우의 가치는 숫자로 매겨지지 않는다

나이 마흔에 wRC+ 리그 4위.

최형우(40, KIA)의 가치는 단순한 숫자로 매겨지지 않는다.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나타내는 wRC+는 현재 가장 정확한 타자 평가 지표로 꼽힌다. wRC는 Weighted Runs Created의 줄임말로 조정 득점 창출력을 의미한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거기에 구장의 성향과 결과들을 반영한 지표인 파크팩터를 포함한 wRC+는 100을 넘어서 더 커질수록 ‘더 뛰어난 타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올 시즌 부활한 최형우의 23시즌 wRC+는 153.8로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한다. 놀랍게도 홈런-타점왕에 올라 wRC+에서도 전체 1위에 오른 노시환(한화, 159.3)과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1983년생으로 이제 만 40세에 접어든 타자가 기록한 성적이기에 더욱 놀랍다.

지난 2년간의 아쉬움도 완전히 털어냈다. 2020년 타율 0.354/28홈런/115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후 지난 2년간 최형우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타율도 커리어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무엇보다 해결사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최형우는 달랐다. 나성범의 부상으로 휘청였던 KIA의 전반기 꿋꿋하게 중심타선을 지켰다. 후반기도 뛰어났다. 시즌 전체로 봐도 4번타자로 무려 375타수를 소화하면서 KIA의 해결사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21경기서 타율 0.302/17홈런/81타점/OPS 0.887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83타점으로 부문 11위에 오른건 유일한 아쉬움이다. 최형우의 상징인 타점 부문에서 TOP10 안에 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표면적인 성적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형우가 좌측 쇄골 분쇄고절 및 견쇄관절 손상으로 시즌을 조기 아웃했기 때문에 누적 지표에서만 뒤졌을 뿐이다. 세부 성적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선 타점 확률이 매우 높다. 최형우가 올 시즌 타석에 들어섰을 때 313명의 주자가 있었다. 그리고 최형우는 그 중에서 20.5%를 홈으로 불러들여 타점을 올렸다. 확률로는 리그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만약 KIA의 전반기에 나성범의 부상이 없었고, 소크라테스 브리토 역시 지난해 가장 좋았던 시기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5~6번에서 최형우가 더 많은 타점 기회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KIA의 중심타선이 더 강했다면, 그만큼 살아난 최형우가 더 많은 타점을 올릴 수도 있었을 거란 가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하나 올 시즌 최형우의 기록 가운데 눈에 띄는 기록은 병살타 확률이 4.1%로 리그에서 4번째로 낮았다는 점이다. 133번의 상황에서 최형우는 단 5번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1~3위가 정수빈(두산)-최지훈(SSG)-구자욱(삼성) 등 호타준족 유형의 선수다. 반면에 최형우는 발이 빠르지 않은 타자란 점에서 찬스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던 병살타 지표가 상징하는 가치는 더 빛난다. 최형우가 얼마나 효율적인 팀배팅으로 KIA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시즌 아웃 당시 최형우는 장기 부상으로 4개월여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24시즌에는 온전히 만 40세로 풀타임 시즌을 다시 치러야 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나이라는 단순한 ‘숫자’는 장애물이 아닌듯 보인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최형우는 멈추지 않고 더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전했다.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한 이후 최형우는 “3년 전 시상식에 온 이후 다시 이런 자리에 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팀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한 해였는데, 아쉽기만 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그러면서 최형우는 “상위팀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희망도 봤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해서 내년에는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KIA의 가을야구와 더 높은 순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내년 KIA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셀프 지명을 했다. 최형우는 “내가 기대된다. 내년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얘기를 드리는 것 같다”면서 “솔직히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몸이 되는 한 팀이 원하는 한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도 최형우는 ‘4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숫자로 다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증명한 올해만 같다면, 그의 바람은 어쩌면 더 오랜 시간 이어지지 않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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