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는 4대 구기 종목의 전멸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희망이다.
2024 파리올림픽의 해가 밝은 현재 4대 구기 종목(축구, 야구, 농구, 배구) 중 대한민국이 획득한 본선 티켓은 아직 1장도 없다.
야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제외됐다. 농구는 남녀 모두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배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실적으로 파리로 가는 길을 찾기 힘들다.
여자축구는 지난해 열린 아시아 2차 예선에서 1승 2무, 조 2위로 밀리며 결국 첫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남은 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축구 올림픽 대표팀이다. 오는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3위 내 진입해야만 파리로 갈 수 있다. 4위가 되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마지막 1장을 놓고 경쟁한다.
대한민국의 전력이라면 4강 이상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더불어 1988년부터 9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고 있을 정도로 ‘단골손님’이다
다만 2022년 대회에서 일본에 0-3 참패, 8강 탈락이라는 과거가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당시 대한민국을 이끈 건 황선홍 감독이었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브라질도 최근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올림픽이 당연하지 않다.
조 편성도 좋지 않다. 일본을 다시 만나며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 까다로운 상대들과 함께한다. 2022년 대회 부진이 악영향을 끼쳤고 1번이 아닌 2번 시드로 추락, 결국 조별리그부터 한일전, 한중전이 성사됐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리고 티에리 앙리가 이끄는 프랑스 U-21을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꺾는 등 상승세가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지금의 기세를 이번 U-23 아시안컵까지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이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7일 제3차 회의를 통해 황선홍 감독을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이끌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대한민국축구협회는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5월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며 “태국과 2연전을 위해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어진 시간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도 맞지 않았다. 협회 소속이면서도 당장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3명의 후보가 있었고 그중 1순위가 황선홍 감독이었다. 25일 임시 감독직을 제안했고 하루 뒤 수락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U-23 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을 잠시 임대하는 격이다. 기간은 짧을 수 있지만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선택이 과연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태국과의 2연전 기간 동안 올림픽 대표팀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친선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 없이 나선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까. 결국 결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황선홍 감독은 고심 끝 임시 감독직 제안을 수락, 겸직하게 됐다. 충분히 고사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위기다.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고 고심했다.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우리 대한민국 축구가 제자리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황선홍 감독이 태국과의 2연전 전승, 그리고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룬다면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태국전 패배, 올림픽 좌절 등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비판과 비난의 화살은 황선홍 감독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단히 큰 부담감이 있는 자리. 황선홍 감독은 그럼에도 외면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황선홍 감독에게 너무 큰 짐을 떠넘긴 것은 아닐까. 정해성 위원장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고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책임 회피일 뿐이다. 전장에 서는 건 결국 황선홍 감독이 아닌가.
여러모로 어려운 선택을 한 황선홍 감독. 그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건 더 큰 힘과 응원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