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정현’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 삼성은 지난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연장 혈전 끝 94-91 승리했다.
이정현으로 시작해 이정현으로 끝난 경기였다. 아직 그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 45분이었고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심장을 자랑한 하루였다.
이정현은 이날 39분 53초 출전, 26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3개의 3점슛 중 2개는 4쿼터, 그리고 연장 클러치 상황에서 성공시켰다.
경기 내내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인 이정현. 코피 코번에게 전한 엔트리 패스는 정확했고 몸만 돌리면 득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코번의 묵직한 스크린을 활용, 현대모비스의 빈 골밑으로 돌진해 득점하기도 했다.
2번의 하이라이트도 극적이었다. 먼저 4쿼터 종료 3초를 남긴 상황, 이정현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그의 3점슛은 백보드를 맞고 림을 통과했다. 스코어는 82-82, 현대모비스는 다 잡은 승리를 놓쳤고 삼성은 연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이정현이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라스트 샷이었다. 이전 장면에서 이동엽이 노마크 레이업을 놓치며 이대로 무너지는 듯했던 삼성. 이우석의 점퍼 실패로 간신히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삼성의 마지막 슈팅은 당연히 이정현의 몫이었다. 연장 종료 직전, 그는 천천히 시간을 확인했고 동료들의 위치까지 지정해준 뒤 박무빈을 상대로 3점슛을 시도했다. 림을 한 번 맞고 높게 오른 볼은 결국 림 안으로 들어가며 94-91, 45분 혈전을 끝냈다.
1987년생, 37세의 노장 이정현은 이제 전성기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올 시즌 그의 퍼포먼스는 결코 ‘전성기가 지난’ 선수의 것이 아니다. 특히 삼성에선 코번과 함께 부동의 트윈 에이스로서 후반기 ‘삼춧가루’를 모든 팀에 뿌리고 있다.
이정현은 올 시즌 50경기 출전, 평균 25분 34초 동안 10.9점 3.1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그리 화려한 스탯은 아니지만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 노장의 스탯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없다.
클러치 상황에선 여전히 에이스답게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공과 실패가 곧 승리와 패배로 연결되는 잔인한 상황에서도 이정현은 전성기 시절처럼 냉정하고 또 침착했다.
세월이 흘러 최고라는 평가가 어색해진 이정현에게 있어 현대모비스전은 자신이 아직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KBL의 모든 어린 선수가 보고 배워야 할 교과서와 같은 경기였다.
역시는 역시, 이정현은 이정현이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