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편안하게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상황이든 내 공을 던지는 것이 목표다.”
한승혁(한화 이글스)이 올 시즌 선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내려 놓기’가 있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은 한승혁은 지난해까지 프로 1군 통산 249경기(447.2이닝)에서 18승 27패 2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5.89를 올린 우완투수다. 2022시즌이 끝나고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승혁은 움직임이 심한 패스트볼과 포크볼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8시즌 도중에는 당시 해설위원이었던 차명석 현 LG 트윈스 단장으로부터 “구위로만 보면 한승혁”이라고 KBO리그 최고 구위를 보유한 투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웃지 못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1경기(36.1이닝)에 나섰지만,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44를 작성하는데 그쳤다.
최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한승혁은 이때를 돌아보며 “작년 같은 경우는 제가 비시즌 때 가장 준비를 잘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제일 안 나온 시즌이기도 하다. 준비한 것에 비해 결과가 너무 안 나오다 보니 제가 많이 쫓겼다”며 “자꾸 위축되고 안 좋은 것들이 많이 겹쳤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승혁은 자연스레 내려 놓기를 터득했다. 그는 “올해 준비하면서 ‘그냥 하자’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잘하려 한다고 잘해지는 것도 아니다. 저 스스로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한승혁은 “(비시즌 기간) 특별한 준비는 없었다. 다만 야구하는 자세에 대해 너무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그냥 하자는 생각을 편안하게 가지고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절치부심한 한승혁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한화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1일 기준으로 올 시즌 성적은 5경기(4이닝) 출전에 1홀드 평균자책점 0.00. 최원호 한화 감독이 “(한)승혁이는 지난해 전력에 크게 도움이 안 됐던 미지수의 선수였다. 시범경기 때부터 이어져 온 좋은 컨디션이 정규시즌에 이어져 상당히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의 대단한 활약이었다.
한승혁은 ”매 경기 똑같은 마음으로 하려 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면서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몸 관리를 잘 하면서 경기에 나갔을 때 내 공을 어떤 상황에서라도 던질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며 100%의 몸 상태를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그는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라든지, 오늘 경기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생각한다. 그것을 파악해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 부분에 대해 신경써야 할 지를 생각한다“며 ”만족은 안 하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야 발전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됐다. 이는 한승혁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30일 KT위즈전 8회초는 이를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당시 한승혁은 한화가 8-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황재균과 마주했다. 이후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한승혁은 몸쪽 높은 커브를 구사했다. 공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존을 통과했고 결과는 루킹 삼진이었다.
한승혁은 “(30일 KT전에서) 황재균 선배를 삼진 잡을 때 원래대로였으면 사실 볼이었다. ABS가 도입이 안 됐다 하면 볼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잡아주니 투수에게 확실히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을 하나 잡아주면 다음에 볼 카운트 싸움 할 때 상당히 유리해진다. 내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것에 볼 판정이 나오면 그 볼 하나로 인해 다음 공 던질 때 좀더 신중해지거나 어려워진다. 그런 부분들을 잡아주면 아무래도 저 뿐 아니라 투수들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한승혁은 “어느 상황에 올라갈 지는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든 내 공을 던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중압감이 큰 상황에서 올라갈 수 있고, 편한 상황에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을 배제하고 스코어에 상관없이 집중할 수 있는 나를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