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팀 상대로 후회 없이 던지고 싶었다.”
‘대체 선발’ 이호성(삼성 라이온즈)이 쾌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담대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이호성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삼성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부터 이호성은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1회초 홍창기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문성주(좌익수 플라이), 김현수(삼진), 오스틴 딘(유격수 땅볼)을 모두 범타로 이끌었다. 2회초에는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삼진 처리한 뒤 구본혁을 중견수 플라이로 묶으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3회초에도 안정감은 이어졌다. 박해민을 2루수 땅볼로 막아냈다. 신민재에게는 볼넷을 범했으나, 홍창기(2루수 땅볼), 문성주(1루수 땅볼)를 차례로 잡아냈다.
첫 실점은 4회초에 나왔다. 김현수의 우전 안타와 오스틴의 좌중월 2루타로 연결된 무사 2, 3루에서 문보경, 박동원에게 연달아 희생플라이를 내준 것. 다행히 구본혁을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더 이상 흔들리지는 않았다.
5회초는 깔끔했다. 박해민(2루수 땅볼), 신민재(2루수 플라이), 홍창기(2루수 땅볼)를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이후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이호성은 문성주를 2루수 땅볼로 이끈 뒤 김현수에게 볼넷을 범했다. 그러자 삼성 벤치는 김대우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김대우가 김현수에게 홈을 내주지 않으며 이호성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5.1이닝 3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 총 81개의 볼을 뿌린 가운데 슬라이더(36구)를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패스트볼(26구), 커브(11구), 체인지업(8구)을 섞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측정됐다.
이런 이호성의 호투와 더불어 한·미 통산 400홈런의 금자탑을 세운 박병호(3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강민호(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이재현(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의 활약마저 더해진 삼성은 LG를 6-3으로 격파하고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시즌 2승을 챙긴 이호성 역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선발 이호성이 잘 던져주며 팀이 리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호성의 이날 활약이 더 빛난 이유는 ‘대체 선발’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023년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삼성의 부름을 받은 뒤 지난해 5경기(17이닝)에서 1승 평균자책점 2.65를 써낸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5선발 경쟁을 벌였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번 LG전 전까지 성적은 1승 4패 평균자책점 7.64였다.
이후 토종 우완 에이스 원태인이 휴식 차 2군으로 내려갔고, 박진만 감독은 이 자리를 이호성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는 이날 ‘인생투’를 펼치며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 배경에는 담대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이호성은 “강한 팀 상대로 후회 없이 던지고 싶었다. 왠지 오늘은 내 공을 못 던지면 더 후회할 것 같았다”며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을 주지 말고 공격적으로 피칭하고자 노력했다. (포수) (강)민호 형의 좋은 리드와 야수들의 수비 도움 덕분에 후회 없이 던진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6회 올라가기 전 코치님이 끝까지 막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1구, 1구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전력을 다해 던지라 주문하셨다”면서 “이닝 마무리를 못 지어 아쉽지만, 선발투수로서 맡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기에서 LG의 선발투수로 출격한 케이시 켈리(8이닝 8피안타 3피홈런 1사사구 5탈삼진 6실점)는 많은 실점을 피하지 못했지만, 완투하며 불펜진 소모를 막았다. 이를 통해 이호성은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이호성은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 상대 투수 투구 수에 놀랐다. 나보다 실점은 많이 했지만 긴 이닝을 소화했다”면서 “선발투수는 긴 이닝을 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에 또 하나의 좋은 선발 자원이 생겼다.
대구=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