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꽃봉오리 = 좀비축구?’ K리그1 도전하는 FC안양과 유병훈 감독…“잔류 넘어 파이널A 향해!” [MK인터뷰]

오랜 염원을 이룬 FC안양. 이제는 K리그1에 도전장을 내밀 시간이다. 그 도전장에는 걱정과 설렘이 공존한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유병훈 감독은 팀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고자 한다.

안양은 지난 16일부터 2025시즌을 위한 뜀박질을 시작했다. 지난달 2024시즌 모든 일정을 마치고 4~5주의 휴식기를 가졌다. 휴식기가 휴식기 같지 않았을 것이다. 2013년 창단 후 그토록 바랐던 안양의 승격을 일구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우승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유병훈 감독과 일부 선수들은 각종 미디어 채널에 출연해 소감을 전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 창단 후 11년 만에 우승과 승격의 기쁨을 누린 안양이다. 시즌 개막 후 초반부터 상승세를 맞이하며 선두 자리로 올랐고, 마지막까지 선두권을 놓치지 않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경남FC와 홈경기에서 화려한 보랏빛 대관식을 열어 팬들과 함께 영광의 순간을 즐겼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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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리그1에 도전장을 내민다. 감독 데뷔 1년 만에 안양의 우승을 이끈 유병훈 감독은 오는 2025시즌에는 K리그1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자 한다.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유병훈 감독은 “이제 좋은 시간은 지나갔다. 걱정이 되지만 설렘도 함께 있다”라고 전했다.

■ 다음은 유병훈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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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은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에 힘쓰고 있다.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가

우리가 K리그1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선수들과의 유대감에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1부 리그 무대는 더 경쟁력이 있고 힘든 무대가 될 것이다. 선수들이 하나로 함께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 구성원들의 나이가 꽤 있다. 선수들이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해줬기에 우리가 승격할 수 있었다. 베테랑들의 노고를 등한시할 수 없다. 선수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겠으나 훈련 이해도가 빠를뿐더러 마음가짐이 여전히 젊다. 정신적인 부분이 노쇠화됐다면 팀에 문제가 됐겠으나 우리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충분히 현재 선수단이 1부 리그에서도 힘을 발휘해 줄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스쿼드에는 변화를 줄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함께하자’는 마음이 더 크고, 신뢰가 깊다.

- 1부 리그에서 도전장을 내민다. 보강 포인트들이 있을 텐데

2024시즌을 준비하면서 최전방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공간적인 움직임, 수비 활동량이 필요했다. 단레이가 이에 부합했다. 기대 이상으로 그 부분을 충족해 줬다. 득점 부분이 잘 터지지 않아서 선수가 초반에는 힘들어했는데 갈수록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나아졌다. 굉장히 헌신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단레이가 부상으로 나가게 되면서 팀이 힘들었다. 평소 시스템에 관한 부분을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하는데 공격수의 수비 가담이 첫 원칙이다.

현재 미드필더진, 특히 3선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김정현, 리영직, 한가람, 최규현 선수가 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좋은 조합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공격적인 부분에서 마테우스를 도와줄 선수가 필요하다. 공격 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수비적인 역할도 해줄 선수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선수단의 연령대를 고려해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기보다는 미들블록을 설정해서 경기를 풀고자 했지만 점차 밀려나면서 로우블록을 형성하게 됐다. 그러면서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비중이 높아졌다. 자연스레 득점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새 시즌에는 미들블록에서 조금 더 강하게 압박을 가하고자 한다. 혹은 더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시도하려 한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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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모델에 대한 준비에도 많은 부분 신경 써온 것으로 알고 있다. 1부 리그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지

3-5-2 포메이션을 내세울 것이다. 3백으로 쓴다고 해서 수비적으로 나설 것은 아니다. 올해 자주 사용했던 4-2-3-1 포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중원에 많은 선수를 배치하고자 한다. 우리가 공격에 실패했더라도 중원에 많은 수의 선수가 준비되어 있기에 상대를 측면으로 밀어내면서 수비적인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측면을 활용해 밸런스를 잡아갈 것이다. 올해 크로스 공격이 많지 않았다. 중앙을 뚫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모습이 있었다. 현재 팀에는 (이)태희, (김)동진이 등 윙백에 어울리는 선수들이 있다. 올해 4백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강제적으로 풀백 자리에 배치됐는데, 두 선수의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3백이 더 잘 어울리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 그렇다면 3백 플랜은 후방의 안정감과 선수단의 체력 안배를 함께 가져가고자 하는 계획인 것인가

그렇다. 3백이라고 모든 중앙 수비수들이 후방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현대축구 트렌드에서도 중앙 수비수들이 전진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우리가 역습을 당하더라도 후방에 일정 선수가 확보되어 있기에 유리한 부분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프로선수는 개성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강점이 있어야 한다. 자기 상품성이다. 자기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잘하려다 보면 본래의 것을 잃을 수 있다.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부분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팀이 필요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팀 전술을 준비할 때도, 팀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면서 선수들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 올해 부임 후 ‘시즌 프로젝트’를 문서화해서 나눠줬다고 들었다. 올해도 문서 작업은 이어지는가

올해 감독 부임 후 승격하려면 승점이 몇 점 필요하다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 이전까지 안양은 3-4-3 포메이션을 7년 동안 사용했다. 선수단 구성 자체도 3-4-3 시스템에 맞춰있었다. 4백으로 변화를 주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선수들에게 이를 이해시키고자 고민이 많았고, 최우선으로 뒀다. 그러면서 해당 방법을 찾게 됐다.

올해 선수단에게 나눠줄 문서 또한 90% 이상 완료됐다. 동계 훈련에서 미팅하고 영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선수들의 만족감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훈련에서 이해도가 빠른 모습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눈으로 봤기에 기억하더라. 4백 변경 후 재밌어하는 모습들도 바라봤다. 태국에서 준비하면서 ‘우리가 사고 치는 것인 아닌가’하는 생각들을 가졌던 바 있다.

사실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 사과한 적도 있다. 태국에서 돌아온 후 남해에서 2차 훈련을 진행하는 데 플랜B가 필요할 것 같다는 고민이 들었다. 3백을 다시 꺼냈는데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그전에 사용했던 3백과 태국에서 준비했던 시스템, 그리고 남해에서 준비한 새 시스템이 겹치면서 혼동이 왔을 것이다. 그래서 내 욕심이었다고 사과했다. 개막을 1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본래 준비했던 4백으로 다시 초점을 맞춰 준비했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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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형 디렉터. 사진=프로축구연맹
이우형 디렉터. 사진=프로축구연맹

- 올해 감독직을 맡으면서 전 감독이었던 이우형 감독이 디렉터직으로 보직을 변경하게 됐다. 그동안 이우형 디렉터에 대한 감사 인사를 많이 보냈다. 이우형 디렉터는 어떤 존재인가.

디렉터님께서는 원래도 말씀이 많지 않으신 편인데, 올해 많이 도와주셨다. 시즌 후반부 3연패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이했을 때 디렉터님께서 “안양이 좋은 경험했다.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많을 테니 잘 버텨보자”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러면서 “감독이 선수들을 흔들게 만들면 안 된다. 팀 잘 추스려서 다시 도전해 보자”라고 하셨다. 당시 저는 팀 훈련량을 더 늘려서 더 완벽한 모습을 만들고자 생각했는데, 디렉터님은 ‘분위기 전환’을 강조하셨다. 그래서 전지훈련을 떠났었다. 당시 단레이부터 (이)창용이, (김)영찬이가 모두 부상이었다. 최전방과 최후방에 공백이 있었다. 당시 저 역시 소극적이었다. 이기겠다는 마음보다 비겨야한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당시 디렉터님이 큰 도움을 주셨다. 감사하다.

- 전지훈련 이야기를 짚었다. 올해 시즌을 치르며 두 차례 보은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어떤 곳인가. 좋은 징크스가 된 것인가

보은은 상당히 조용한 곳이다. 속리산 쪽인데, 선수단도 잠시 압박감에서 벗어나 마음에 평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도 가야 할 것 같다. 소문이 나면 안 되는데...처음에는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갔는데 너무나 좋았다. 느낌 자체가 다르다. 대신 길게 가면 너무 늘어질 것 같다. 새 시즌에도 리프레시 목적으로 애용할 것 같다.

2025시즌을 위해 지난 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FC안양. 사진=김영훈 기자
2025시즌을 위해 지난 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FC안양. 사진=김영훈 기자

- 시즌을 치르면서 ‘초보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했었다. 사실 커리어적으로 감독이 데뷔 시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은 흔치 않다. 어떤 기분인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정효 감독님이 데뷔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저 또한 생각지 못한 기록이다. 우승, 승격이 쉽지 않아 더 감격스럽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 팀 파악을 위해 많이 노력해 왔던 것들이 자산이 됐다. 준비된 사람이 무언가 직책을 맡았을 때 가능성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전술·전략도 중요하나, 적재적소에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어야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 앞서 말했듯 이우형 디렉터님이 그때마다 큰 도움이 됐다.

- ‘부족하다’는 표현을 했다. 올해 시즌을 치르면서 타 팀 경기를 직관 갔던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이었는지

사실 전술과 전략은 TV 중계로 보는 것이 더 잘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 가면 중계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잘 보인다. 선수들의 세세한 움직임, 패턴 등이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실수를 저지르면 눈치를 보는지, 대담하게 보는지, 선수들과 감독과의 관계는 어떤지에 대한 것들이다. 전술적인 것을 바라보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세함을 파악하고 맞대결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2025시즌을 위해 지난 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FC안양. 사진=김영훈 기자
2025시즌을 위해 지난 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FC안양. 사진=김영훈 기자

- 최근 승격한 팀들이 1부 리그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2023시즌에는 이정효 감독의 광주FC, 2024시즌에는 정정용 감독의 김천상무가 그랬다. 승격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도전할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나 강등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경쟁력이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광주, 김천처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 1부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은가

안양은 기본적으로 하나로 뭉치는 문화가 크다. 팬들, 시장님부터 모두가 이를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시너지를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 이런 모습들이 변하지 않고 1부 리그 무대에서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 감독으로서 맞대결을 펼치고 싶은 상대 감독이 있는가

(이)정효 형. 까탈스럽고 특이한 사람이다. 코치 시절 연습 경기를 하는데 한 번도 못 이겼다. 빌드업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광주를 탄탄한 팀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광주를 상대로 우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알고 싶다. 우리 팀의 변화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경기가 잘 안됐을 경우를 생각해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하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 기대된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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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1부 리그에 대한 설렘이 커 보인다. ‘새 꽃봉오리’ 축구는 이전에 밝혔듯 좀비축구로 굳힌 것인가

경기 운영의 모토이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고 싶다. 안양의 미래다. 진짜 생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 이제는 강등되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 것이다. 힘들더라도 1부 리그에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다. 2부 리그 경쟁력이 더 강해졌다. 어떻게든 생존하고자 한다. 그렇게 2~3년 버틴다면 안양에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미디어데이에서 통상적으로 우승 공약을 많이 내세운다. 유병훈 감독의 공약은 있는가

만약 팀이 ACL 무대에 나가게 된다면 팀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는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

- 안양의 우승 이후 시내에 축하 걸개가 많이 걸려 있었다. 안양시 전체의 기쁨 같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는가

우승 퍼레이드 때도 그렇고 너무나 감사하다. 마치 1988 서울 올림픽을 바라보는 듯했다. 너무나도 묘한 감정이다. 안양 시민들은 정말 잘 뭉치는 것 같다. 오래 있다 보니 끈끈하고 정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따뜻한 도시다. 올해 우리 안양의 A.S.U RED분들께서 선수단보다 더 열심히 달려주셨다. 너무나 감사드린다. 항상 서포터스 석에는 ‘도전자의 정신’이라는 걸개가 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새 시즌에는 다시 한번 그 정신을 이어갈 것이다. 다시 한번 함께 뛰어주셨으면 좋겠다. 언제나 감사하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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