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이 공은 나쁘지 않았다. 5차전에는 김서현이 마무리 투수로 나올 것이다.”
‘김경문표’ 믿음의 야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연 이는 김서현(한화 이글스)의 부활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에 4-7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이번 시리즈 2패(2승)째를 떠안은 한화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 펼쳐지는 잠실 대신 플레이오프 5차전이 진행되는 대전으로 향하게 됐다. 정규리그 2위(83승 4무 57패)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1차전에서 9-8 승전보를 적어냈으나, 2차전에서는 3-7로 무릎을 꿇었다. 이후 3차전 5-4 승전보로 1위 LG 트윈스(85승 3무 56패)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놨지만, 이날 삼성의 거센 반격에 가로막혔다.
김서현의 부진이 뼈아팠다. 중요한 순간 등판했지만, 통한의 동점 3점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초반 양상은 한화의 뜻대로 흘러갔다. 1회초 문현빈의 1타점 우중월 적시 2루타 및 5회초 문현빈의 비거리 115m 우월 3점포를 앞세워 4-0 리드를 잡았다. 그 사이 마운드도 철통이었다. 선발로 나선 정우주가 3.1이닝 3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작성했으며, 뒤이은 김범수(0.2이닝 무실점), 박상원(1이닝 무실점)도 효과적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6회말 들어 사달이 났다. 박상원 이후 등판한 황준서가 김지찬의 우중월 3루타와 김성윤의 볼넷으로 연결된 무사 1, 3루에서 구자욱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계속된 무사 1, 2루에서 첫 타자 르윈 디아즈를 2루수 땅볼로 이끌며 급한 불을 끄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후속타자 김영웅을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3구 153km 패스트볼을 통타당하며 비거리 130m의 우월 동점 3점 아치를 허용했다. 어퍼 스윙이 강점인 김영웅은 낮게 형성된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다.
시련은 계속됐다. 김헌곤을 삼진으로 솎아냈으나, 이재현에게 볼넷 및 2루 도루를 내줬다. 이어 강민호에게도 볼넷을 범하자 한화는 우완 한승혁으로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한승혁이 승계 주자들에게 홈을 허락치 않으며 김서현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0.2이닝 1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 총 투구 수는 24구였다. 이후 한화는 한승혁이 7회말 김영웅에게 비거리 105m의 결승 우월 3점포를 내주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2023년 전체 1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김서현은 통산 126경기(126.2이닝)에서 3승 6패 34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마크한 우완투수다. 특히 올해 활약이 좋았다. 69경기(66이닝)에 나서 2승 4패 2홀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10월 들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1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한화가 5-2로 앞서던 9회말 등판해 2아웃을 잡아냈지만, 류효승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대타 현원회에게 비거리 110m 좌월 2점 아치를 허용했다. 끝이 아니었다. 정준재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루에서 이율예에게 비거리 110m의 좌월 끝내기 2점포를 헌납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한화 또한 이날 포함 잔여 경기 전승을 거뒀을 경우 LG와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지만, 결국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좀처럼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섰지만, 이재현에게 비거리 120m 우중월 솔로포를 맞는 등 0.1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실점에 그쳤다. 이후 이날도 웃지 못한 김서현이다.
그럼에도 믿음의 야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은 “오늘은 감독이 잘못한 거라 생각한다. 5차전 준비 잘하겠다”며 “결과론인데 오늘 (김)서현이 공은 나쁘지 않았다. 자꾸 맞다보니 본인이 위축돼 그렇지, 볼 자체는 좋았다 본다. (불펜으로 나서 쾌투 중인) 문동주로 2경기는 이겼지만, 야구가 문동주만 가지고 이길 수 없다. 대전에서 열리는 5차전에는 김서현이 마무리 투수로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국 어떻게든 김서현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믿음의 야구는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단 가을야구 같은 단기전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반드시 해피 엔딩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과연 김경문표 믿음의 야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대구=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