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자 핸드볼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GWD 민덴(GWD Minden)이 리그의 ‘절대강자’ THW 킬(THW Kiel)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극적인 잔류 희망을 이어갔다.
민덴은 지난 3일(현지 시간) 독일 민덴의 요새 Kampa-Halle에서 열린 2025/26 시즌 DAIKIN 독일 남자 핸드볼 분데스리가 33라운드 홈경기에서 최다 우승 마이스터에 빛나는 킬을 34-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승점 2점을 추가한 민덴은 시즌 성적 6승 5무 22패(승점 17점)를 기록하며 17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 라운드에서 16위 HSG 베츨라어(HSG Wetzlar, 승점 17점)가 패배함에 따라 승점 차 없이 턱밑까지 추격, 마지막 라운드에서 극적인 역전 잔류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반면 고배를 마신 킬은 17승 8무 8패(승점 42점)로 5위에 머무르며 차기 시즌을 위한 4위 진입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물러설 곳 없는 ‘단두대 매치’였다. 민덴은 비기거나 질 경우 잔류 가능성이 수학적으로 완전히 소멸하는 상황이었기에, 경기 시작부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민덴은 플레잉코치이자 사령관인 이안 베버(Ian Weber)의 동점 골을 시작으로 킬과 빠른 템포의 공방전을 주고받았다. 경기 초반 킬이 측면 공격을 앞세워 5-3으로 먼저 앞서나갔으나, 민덴 역시 날카로운 속공으로 맞서며 야쿠프 스테르바(Jakub Sterba)의 동점 골로 9-9 균형을 맞췄다. 만원 관중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의 열기를 등에 업은 민덴은 전반 중반 한때 리드를 잡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민덴에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전반 28분 민덴의 센터백 수비 라인을 책임지는 다니엘 아스트루프(Daniel Astrup)가 수비 타이밍을 놓치며 킬의 신예 라스무스 안커만(Rasmus Ankermann)의 얼굴을 가격한 것이다. 심판진은 아스트루프에게 즉각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내 들며 퇴장을 명령했고, 안커만 역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코트를 물러나야 했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민덴은 전반 종료 직전 수문장 말테 세미슈(Malte Semisch)가 극적인 7m 드로우 선방을 기록하며 16-17, 단 1점만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전 역시 빠른 속공과 화끈한 타격전으로 시작됐다. 민덴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18-18 동점을 만들며 킬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체력적 부담을 느낀 킬의 집중력이 흐려진 틈을 민덴은 놓치지 않았다.
21-21로 맞선 후반 39분, 민덴의 집중력이 폭발했다. 킬이 골키퍼를 빼고 7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우자, 민덴은 단단한 밀착 수비로 공을 가로챈 뒤 비어 있는 킬의 골대를 향해 미들라인에서 연속으로 중거리 슛을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3골을 몰아넣으며 24-21로 달아나자 4,000여 관중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후반전의 진정한 영웅은 민덴의 골키퍼 말테 세미슈였다. 세미슈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킬의 7m 드로우를 무려 3개나 막아내는 등 총 13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골문에 거대한 통곡의 벽을 세웠다.
킬은 후반 50분 전진 수비로 전술을 바꾸며 거세게 추격했으나, 민덴은 당황하지 않고 탄탄한 수비로 맞서며 경기 막판 ‘크런치 타임’까지 리드를 안전하게 지켜냈다. 결국 최종 스코어 34-30으로 민덴이 기적 같은 안방 승리를 완성했다.
민덴의 피벗 톰 버그너(Tom Bergner)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1분부터 60분까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경기였다. 팀원 전체가 코트 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마땅한 보상을 받았다. 베츨라어의 경기 결과에 따라 향후 운명이 갈리겠지만, 라이프치히와의 최종전이 우리의 진짜 결승전이 될 것 같다. 오늘 수비가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4,000명에 달하는 홈팬들이 우리를 등 뒤에서 밀어주고 상대에게 압박을 가한 것이 주효했다”라며 홈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반면 패배한 킬의 베테랑 헨드릭 페켈러(Hendrik Pekeler)는 “민덴이 오늘 모든 것을 걸고 나올 것을 알고 있었고 전반에는 대비가 잘 됐다. 하지만 후반전에 민덴이 보여준 엄청난 에너지와 투지를 체력적으로 감당해 내지 못했다. 지난 주말 일정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오늘 민덴은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었다”라며 승자를 예우했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