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은 높여댔지만, 비지니스라는 건 알고 있었어” SF 레전드 켄트가 돌아본 본즈와 관계 [현장인터뷰]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레전드 제프 켄트는 과거 동료 배리 본즈와 껄끄러웠던 관계를 돌아봤다.

켄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더블헤더 2차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자이언츠 구단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주전 2루수였던 켄트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기념해 그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제프 켄트의 영구결번 지정식에 함께한 배리 본즈가 켄트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제프 켄트의 영구결번 지정식에 함께한 배리 본즈가 켄트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명예의 전당 헌액부터 영구결번 지정까지 2026년 한 해 엄청난 영광을 누렸던 그는 “명예의 전당 헌액은 상상조차 못 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여러 구단 레전드들이 함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본즈였다. 그는 켄트와 격한 포옹을 남겼다.

둘은 자이언츠 선수로 함께 뛰던 지난 2002년 6월 25일 샌디에이고 원정 도중 더그아웃에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본즈와 다시 만난 기분을 묻자 “이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안에서 한 번 마주쳤다. 서로 농담 섞인 핀잔을 주고받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과거를 돌아보면, 서로 소리를 지르거나 언성을 높이긴 했어도 그게 다였다. 할 말은 다 했다. 샌디에이고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마침 카메라가 바로 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런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면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 다 말씀드릴 수는 없다. 분명 더 깊은 사연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본즈와 켄트는 자이언츠 구단에서 함께 뛰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본즈와 켄트는 자이언츠 구단에서 함께 뛰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그 일은 나름의 역할을 했다. 우리 둘 다 그걸 알고 있었다. 실제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그가 홈런을 쳤고 우리가 그 경기에서 이겼다. 우리가 하이 파이브를 하는 모습도 봤을 것이다. 홈런을 친 뒤 하이 파이브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서로를 정말 좋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비지니스’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말을 더했다.

“정말 뛰어난 선수와 함께 뛸 수 있어 감사했다”며 본즈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본 그는 “그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그건 그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다. 내가 대신 나서 해결해 줄 필요는 없다.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그는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던 2000시즌 있었던 일도 소개했다. “시즌이 4분의 3정도 지났을 무렵인데 내가 MVP 후보로 거론되면서 팬들이 ‘MVP’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 겁이 났다. ‘내가 MVP가 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앞서가면서 ‘안타를 더 쳐야 해’ ‘주자를 불러들여야 해’ ‘저 선수보다 더 잘하려면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줘야 해’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경쟁자는 본즈였는데, 나는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런식으로 경기하는 것이 너무 싫었고, 그 생각을 떨쳐내는 데 몇 주나 걸렸다”며 과거 경험을 소개했다.

본즈와 켄트, 둘의 인연은 2026년 자이언츠 구단에서 다시 묘하게 얽히게 됐다. 본즈의 조카 페이튼 본즈가 드래프트 3라운드에 자이언츠에 지명됐고 켄트의 아들 캐든 켄트가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양키스에서 자이언츠로 이적한 것.

그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사실 본즈의 조카가 있다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가 자이언츠에 있다는 점은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제프 켄트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제프 켄트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좀 걱정되기도 했다”며 말을 이은 그는 “내가 여기서 이런저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으니 불안했다. 아이가 좋든 나쁘든 그런 논란의 중심에서 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른 구단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었다. 그곳에서 잠시나마 자신의 길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점은 고마웠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이라며 아들이 다른 팀에서 뛰는 것이 고마웠던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레이드 이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 버스터 포지(자이언츠 야구 운영 부문 사장)가 전화를 걸어왔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더라. 양키스 측에서도 자이언츠가 왜 아들을 영입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정말 노력했다.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하거나 아이의 삶을 내 뜯은 대로 살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망설임이 남는다. 아들이 빅리그에 진출한다면, 벽에 걸린 내 등번호의 그림자를 마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제프 켄트의 아들 캐든 켄트의 텍사스 A&M 시절 모습. 캐든은 이번에 트레이드를 통해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제프 켄트의 아들 캐든 켄트의 텍사스 A&M 시절 모습. 캐든은 이번에 트레이드를 통해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간신히 감정을 정리한 그는 “녀석은 강인하다.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혹독하게 훈련해서라도 감당하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서 해야 할 일을 다시 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에 다시 가고, 아이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구단 관련 행사도 참석하고, 윌리 메이스나 윌리 맥코비처럼 라커룸에 앉아서 젊은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줄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조언도 해주고, 그런 것들을 말한다. 내가 직설적인 스타일이고 어중간한 것이 없는 편이라 그런 것은 잘하지 못하지만,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할 거 같다”며 현재 자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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