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번 시즌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 이탈로 많은 신인들이 기회를 잡고 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나온 유니어 마르테도 그중 한 명이다. 이번 시즌 샌프란시스코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14번째 신인 선수다.
이번 시즌 더블A에서 바로 승격된 그는 이날 애리조나 타선을 두 바퀴 상대하며 4 2/3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기록하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등판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늘의 이 등판은 지금까지 내가 해온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선발로 나설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를 확실히 잡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내와 딸, 사촌, 에이전트 등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그는 “초반에는 솔직히 긴장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니 경기를 즐기며 내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에게 ‘자, 바로 여기다. 집중하자. 가보자’고 말하며 다잡았다”며 경기 도중 자신에게 전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였다. 앞으로 기회가 올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언제든 나설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 경기는 식전행사로 구단 레전드인 제프 켄트의 영구결번 지정식이 진행됐다. 켄트를 비롯해 배리 본즈 등 여러 구단 레전드들이 참석했다. 특히 그와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명예의 전당 멤버 후안 마리샬이 참석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내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말을 이은 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스페인어로 ‘체베레(chévere)’라고 하는데 그분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투수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신 분”이라며 자국 출신 레전드 앞에서 공을 던진 경험의 특별함에 대해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마리샬은 경기 전 그를 만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그분이 내가 오늘 선발 투수라는 것을 모르고 계시더라. ‘경기를 마음껏 즐겨라’ ‘볼넷을 내주지 말라’ 등의 말씀을 해주셨다. 볼넷은 내줬지만, 다행히 실점은 많이 내주지 않았다”며 전설과 만남에 대해 말했다.
1루에서 그가 던지는 모습을 지켜본 브라이스 엘드리지는 “정말 멋젔다. 성격이 좋은 친구인데 잘해내서 정말 기쁘다. 충분히 자격 있는 선수다. 공의 위력도 대단했다. 위기도 잘 넘겼고 등판 내내 아주 훌륭했다”며 동료의 투구를 칭찬했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마운드 위에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사람같다. 그만의 확실한 개성을 드러냈다. 마운드에 나가기 전에는 대학 시절 룸메이트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투구도 딱 그런식으로 자신감 있게 하더라. ‘내 공이 이거야, 한 번 쳐봐’라는 식으로 던지는데 구위도 훌륭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잘 유지했다”며 신인 투수를 칭찬했다.
앞으로 그의 거취에 대해서는 “팀이 원하는 요소를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오라클파크 마운드에 서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르테는 이날 기념으로 받은 공과 스코어카드를 가족들에게 바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것을 보는 것이 형의 가장 큰 소원이었다”며 작년에 스물 다섯의 나이로 병마와 싸우다 요절한 형에게 바치고 싶다는 말을 더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마르테의 호투를 앞세워 7-2로 이기며 시리즈를 2승 2패로 마쳤다. 특히 이날 더블헤더는 마르테를 비롯해 1차전 선발 맷 윌킨슨까지 두 명의 신인 투수를 선발로 내보냈다. 자이언츠 구단에 따르면 구단 역사상 더블헤더를 모두 신인 투수가 나온 것은 1996년 9월 6일 신시내티 원정에서 오스발도 페르난데스, 스티브 브루주아 이후 처음이다.
바이텔로는 “시작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멋진 하루가 됐다. 적어도 이번 시리즈는 흥미진진했다. 지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강한 팀을 상대로 잘 싸웠고, 특히 그 많은 레전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런 경기를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시리즈를 평했다.
엘드리지는 “감독님이 늘 힘든 패배를 겪은 뒤 어떻게 일어서느냐를 강조하셨다. 올해 힘든 시기도 많았고 뼈아픈 패배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우리 팀의 현주소다. 하지만 패배를 털어내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 신시내티전 패배 이후 시리즈 첫 경기 잘 해냈고, 오늘도 다시 일어서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하루를 돌아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