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18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
세레소 오사카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비셀 고베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당시 고베엔 김도훈, 하석주, 최성용 등 한국 국가대표 출신 선수만 세 명이 뛰고 있었다.
황선홍은 그해 J1리그에서 24골(8도움)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해외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최초의 사례다.
황선홍은 J1리그에서 유일하게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1999년 고베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황선홍은 “정확하게 기억한다”며 미소 지은 뒤 “우리가 5-0으로 이겼던 경기”라고 말했다.
27년이 흐른 2026년 10월 27일. 황선홍은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으로 고베를 상대한다.
황선홍은 “그때의 고베와 지금의 고베는 완전히 다른 팀”이라며 “현재의 고베는 일본 최고의 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전은 27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 고베와의 맞대결을 벌인다.
황선홍 감독이 2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전한 이야기다.
Q. 고베전 각오.
고베는 J1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다. 우승 경험도 있는 팀이다. 우리의 16강 진출을 위해 아주 중요한 경기다. 홈에서 치르는 경기인 만큼 온 힘을 다하겠다.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치겠다.
Q. K리그1 팀들이 아시아클럽대항전에서 로테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대전은 앞선 두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세웠다. 고베전에서도 주축 선수들을 내세워 총력전을 펼칠 계획인가.
홈에서 치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최상의 전력을 가동해야 한다. 우리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력으로 승리를 안겨드려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원정 경기를 포함해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도 우리와 거의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동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총력전이다.
Q. 일본에서 선수로 뛰던 1999년 고베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이 있다. J1리그에서 기록한 유일한 해트트릭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경기가 기억나는가. 덧붙여 고베는 당시와 달리 J1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로 성장했다. 지금의 고베를 분석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궁금하다.
일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경기다. 정확하게 기억한다(웃음). 당시 우리가 5-0으로 이겼다. 지금의 고베는 그때와 완전히 다른 팀이다. J1리그 최상위권에 있는 팀이다. 특히 J1리그에서 에너지 레벨이 가장 높은 팀이다. 활동량, 태클, 공중볼 경합, 세컨드 볼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술적으로 특별한 점이 있다기보다는 에너지 레벨이나 적극성 등에서 다른 J1리그 팀들과 차이가 있다. 고베가 크게 앞선다. 그 부분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고베는 전진성이 아주 좋은 팀이다. 굉장히 터프한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그런 부분에서 물러설 생각은 없다. 아주 격렬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최근 대전이 경기 막판 극적인 득점을 기록하거나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팀 분위기나 정신적인 측면에선 큰 힘이 되겠지만, 체력적으로는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나.
긍정적이다. 위닝 멘털리티가 중요하다. ‘반드시 이긴다’는 강한 마음과 확신을 갖는 건 팀에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다만 체력적인 부분은 우려스럽다. 경기 영상을 봐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 짜내서 뛰는 모습이 보인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수중전이었다. 김천상무전에선 선수들의 몸이 조금 무겁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 부분이 우려스럽긴 하다. 하지만 축구에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겨내겠다.
Q. 동남아시아나 서아시아 팀들은 ACLE에서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J1리그 팀들은 자국 선수들을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J1리그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는가. 덧붙여 K리그1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K리그는 정책적으로 외국인 선수 출전에 제한이 있다. 무제한이 아니다. 설령 무제한이라고 하더라도 각 구단의 사정에 따라 외국인 선수 활용 방식은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다.
J1리그가 강한 이유는 실제 경기 시간과 경기 방식에 있다고 본다. J1리그는 K리그1보다 실제 경기 시간이 길다. 상당히 길다. 경기장에서 쉼 없이 뛰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비롯한 여러 능력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그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본다. 우리가 J1리그를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K리그1의 모든 구성원이 실제 경기 시간을 어떻게 늘려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도 지금보다 더 격렬하게 경기하는 것이 당연해져야 한다. 습관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Q. J1리그가 추춘제로 전환해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K리그1은 시즌 막바지에 ACLE를 치르는 반면 J1리그는 시즌 초반에 ACLE를 치르는 구조가 됐다. 올 시즌 ACLE를 경험하면서 일정에 따른 차이나 어려움을 느낀 게 있는가.
아직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는 지금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면서 중요한 경기들이 이어지는 시기다. 그런 상황에서 ACLE에 100%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모든 경기에 100%를 쏟아야 하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게 조금 아쉽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인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이 부분도 고민이 필요하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