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포커스] 2점대 ERA도 희귀해진 KBO리그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평균자책점 1위 피어밴드(kt)와 4위 차우찬(LG)은 단 1점만 허용했다. 역투였다. 차우찬이 좀 더 코너에 몰렸으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팽팽히 맞섰다.

승부는 연장까지 이어지면서 둘 다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렸다. 피어밴드는 2.95에서 2.87로, 차우찬은 3.19에서 3.12로 낮췄다. 차우찬은 니퍼트(3.19·두산)을 제치고 3위로 도약했다.

광주에서도 7위 헥터(KIA)가 7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헥터는 퀄리티스타트 18회, 퀄리티스타트+ 12회로 KBO리그 1위다. 꾸준했던 헥터의 평균자책점도 3.33에서 3.29로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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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호투 행진이 펼쳤지만 눈길이 끄는 것은 지표가 예전보다 낮다는 점이다. 16일 현재 규정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1명에 불과하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피어밴드가 유일하다.

총 175경기가 남아있다. 더 낮아질 기회는 있다. 그러나 반대로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2점대 평균자책점은 희귀해졌다. 곧 개인 타이틀 수상이었다. 2015년과 2016년 이 부문 1위는 2.44의 양현종(KIA)과 2.95의 니퍼트였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그 해 1명씩이었다.

타고투저와 직결된다. 2013년까지만 해도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복수였다. 2012년만 해도 6명이었다. 그러나 타고투저의 바람과 함께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2014년 평균자책점 1위는 3.18의 밴덴헐크(삼성)였다. 그 해 3점대 평균자책점은 6명에 불과했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1년 만에 4.32에서 5.21로 치솟았다.

올해 리그 타율은 0.286이다. 타고투저의 바람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3할 타자는 16일 현재 총 31명이다. 지난해에는 4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타율 3할은 보편적인 기록이 됐다. 타율 최하위가 0.262의 김성현(SK)이다. 2할5푼 안팎이었던 예전과 다르다. 김선빈은 0.388로 타율 1위다. 역대 타율 3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4.96이다. 5점대에 육박했다. 2002년 이후 5점대 평균자책점은 2014년(5.21)과 2016년(5.17), 두 차례 있었다. 득점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4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11.2점-10.6점-11.2점-10.6점)이다. 한 야구인은 “핸드볼 스코어가 많아지고 있다. 1,2경기쯤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이것은 야구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타고투저에는 타자의 타격 기술 향상이 꼽힌다. 투수보다 타자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치기 어려웠던 공도 거뜬히 치고 있다. 배트 등 장비도 예년보다 더 향상됐다. 전력분석 시스템도 나날이 발전했다. 게다가 외국인선수 쿼터 확대로 각 팀은 외국인타자를 최소 1명씩 보유했다. 과거에도 외국인타자가 있었지만 ‘레벨’이 예전과 다르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지도자는 “류현진 같은 투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으나 전반적으로 KBO리그 투수의 퇴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수가 타자와 싸울 수 있는 무기는 제한적이다. 구종도 더 이상 새롭게 추가되기 어렵다”라고 했다.

중요성이 매번 강조되나 현실적으로 체력 관리도 쉽지 않다. 호투를 펼치던 투수는 시즌 중반 들어 평균자책점이 크게 올랐다. 해마다 반복됐다. 더위와의 싸움이다. 무더운 여름, 마운드에 서있는 것은 어느 때보다 힘이 든다.

올해도 6월 초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3명이었다. 2010년 류현진(1.82) 이후 7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의 탄생에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았다. 이제는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를 구경하기도 벅차다.
 박세웅은 6월까지 평균자책점 2.08으로 짠물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7월 이후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박세웅은 6월까지 평균자책점 2.08으로 짠물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7월 이후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피어밴드와 평균자책점 1위 경쟁을 벌이던 박세웅(롯데)이 7월 이후 잦은 대량 실점을 하더니 3.11까지 상승했다. 7월 5.06, 8월 4.67로 꽤 높다. 임기영(KIA)은 전반기(1.72)와 후반기(10.00) 평균자책점이 대조적이다. 후반기 4번의 선발 등판으로 3패와 함께 평균자책점이 3.27까지 올랐다. 풀타임 첫 시즌이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시기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이 시즌 초반 같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선수는 피부로 와 닿는다. 현장에서는 불평이 쏟아진다. 6월 이후 팀 평균자책점이 NC(4.49)를 빼고 9개 팀은 4.85 이상이다.

그 같은 악조건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피어밴드가 놀라운 페이스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시즌 내내 꾸준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누구와 만나도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피어밴드가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날은 하루도 없다. 11일 수원 삼성전 이후 3점 이상 허용한 적이 없다. 불운 탓에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나 그의 너클볼은 위력이 반감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야구인은 “올해 KBO리그 최고 투수가 양현종(3.38)과 헥터다. 그럼에도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피어밴드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엿볼 수 있다”라고 호평했다. 피어밴드가 올해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못한 경기는 4번 밖에 안 된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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