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코트 위 여신’ 한유미의 26년 배구인생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윤규 객원기자] 한유미(36·현대건설)가 26년 배구 인생을 뒤로하고 코트를 떠난다.

한유미의 마지막 인사는 끝까지 시원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을 밝힌 그는 “많이 아쉽지만, 미련은 없는걸로”라는 표현으로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코트 위의 여신’으로도 불린 한유미는 현대건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오산 성호초등학교에서 배구를 시작, 수원 수일여중과 수원전산여고(구 한일전산여고)를 졸업한 뒤 1999년 실업리그 소속이던 현대건설에 입단하며 긴 인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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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미가 이름을 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00년 슈퍼리그 신인왕에 오르는 활약으로 현대건설 왕조의 개국 공신이 됐다. 현대건설은 한유미와 함께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리그 5연패에 성공하며 실업리그의 마지막 왕조를 건설했다. 시련도 찾아왔다. 2003년 그랑프리 대회에서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으며 수술과 재활로 1년을 보냈다. 이때 다친 왼쪽 무릎은 선수 생활 내내 한유미를 괴롭혔다. 팀의 어려운 시간도 지켜봐야 했다. 무릎 부상을 털고 돌아온 한유미는 꾸준한 활약으로 2007년 리그 최고 연봉 선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지만 현대건설은 2007-08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한유미는 461득점을 올리며 리그 득점 4위에 오르는 등 고군분투했으나 팀의 11연패를 막지 못하고 경기 도중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FA 자격을 다시 얻은 2010년, 소속팀과 충돌하며 해외진출을 타진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모 팀과 계약 직전까지 다가갔으나, 국내에서 다시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국에 남았다. 그러나 현대건설을 포함한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고 무적 선수 신분으로 1년을 허비했다. 이듬해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KGC인삼공사로 이적, 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한유미(사진)가 SNS를 통해 은퇴심경을 밝혔다. 사진=KOVO 제공
한유미(사진)가 SNS를 통해 은퇴심경을 밝혔다. 사진=KOVO 제공
이후 프로 은퇴를 선언, 미국 유학 후 비치발리볼 선수로 변신하는 등 잠시 코트를 떠났지만 2014년 5월 친정팀 현대건설과 계약하며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한유미는 베테랑 백업 선수로서, 또 플레잉코치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충실히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노력은 염원하던 우승으로 보상받았다. 현대건설은 2015-16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한유미와 구단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이룰 것을 다 이룬 한유미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온 것은 황혼이었다. 여러 차례 은퇴를 시사한 이번 시즌, 정규 리그 6경기 출장에 그치며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지막 불꽃’이 남아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전날 밤(18일), SNS를 통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몰라 미리 인사드린다”라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지만, 19일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대활약으로 은퇴를 잠시 미뤘다. 21일 3차전에 패배하면서 ‘진짜’ 마지막 경기를 끝냈지만, 한유미의 마지막은 팬들에게 2차전의 불꽃 같은 투혼으로 기억될 것이다.

mksport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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