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필요한 알맹이 빠져 있던 선수협만의 마이웨이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선수협이 KBO의 FA 관련 제안을 공식 거절했다. 향후 FA의 몸값을 인위적으로 제한(최대 4년간 80억원)하는 부분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사유를 종합했을 때 선수협 나름대로의 반대이유는 분명했고 또 사회 전체로 봐도 법리적 문제의 소지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수협이 공감을 얻은 것은 또 아니었다. 이유는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여론을 달랠 진정성 있는 행동이다. FA 몸값 거품논란은 양적 성장을 이룬 프로야구서 그간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다. 물론 과도한 경쟁 속 구단들의 욕심이 1차 원인이지만 선수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이은 국제대회 참사, 갈수록 떨어지는 경기력, 미흡한 팬서비스, 국제대회 병역면탈 논란, 각종 사건사고 연루 등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일으킨 부분이 적지 않았다. 단순 구단과 KBO에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할 수 없는 이유다.

선수협과 KBO가 팬들이 만족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선수협과 KBO가 팬들이 만족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이번 선수협의 발전방안에는 그러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 취득기한 축소로 인한 FA 늘리기, 등급제에도 쉽지 않을 선수이동, 최저연봉 인상 등 대부분 요구사항이 선수들 계약에만 집중돼있었다. 물론 선수협이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현재 국민여론과는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것. 단순 FA 거품논란을 떠나 최근 아시안게임 사태까지 겹치며 프로야구계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이 싸늘한데 선수협은 소위 뼈를 깎는 쇄신안이 전무했다. 단순 팬서비스 개선안조차도 구체적이지 못했으며 구단에 의존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그런 찰나 KBO와 구단들이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물론 내용 상 봤을 때 상한선제도는 구단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구단들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만 하기에는 등급제 신설, 취득시기 조정 등 선수협이 원하는 바도 함께 제시하는 최소한의 명분을 갖췄다. 프로야구계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높아진 가운데 FA 몸값폭등 이슈도 폭발할 조짐을 보이니 선제조치를 해버린 것이다. 여론의 힘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이슈를 주도해 나갔다.

반면 선수협은 일찍부터 KBO가 제안한 FA 상한선제도는 물론 전반적인 FA 제도 자체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FA 관련 내용을 신고까지 한 상태. 이 신고는 지난 8월초 이뤄졌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그간 선수협은 현재 FA제도의 불합리성을 꾸준히 따져왔던 터 조치를 취했다.

이와 같은 불신 속 선수협이 KBO의 새 제안을 수락할리 만무했다. 현재의 조건도 개정이 필요하다 외치는 게 선수협 입장인데 이를 훨씬 강도 높게 제약하는 KBO 제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 보다 나아가 FA 비용감축 문제를 왜 선수들만 떠안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표했다. “왜 안 좋은 방법으로 비용감축을 하느냐”는 표현이 이를 대변했는데 투명하지 않은 부분들 및 제도 개선, 공급 확대 등의 방법이 아닌 선수들을 제한하는 희생만 요구하냐는 심리가 가득했다. 오히려 고액연봉자들의 연봉삭감 시스템 등 온전히 연봉을 다 받지 못하게 되는 제도들을 없애야 한다며 KBO의 제안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해결책을 내놨다.

결론적으로 선수들은 바라보는데 여전히 그 속에서 팬과 진정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선수협 설명의 시간 때 괴리감이 가득했던 이유다. 한편 선수협 측은 최저연봉을 기존 27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며 환경미화원 초봉과 비교, 국민들의 공분을 산 뒤 이후 부랴부랴 정정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이번 사안을 대하는 선수협의 인식이 확연히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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