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미란다식 역발상` 시도해 보면 어떨까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김태형 두산 감독이 한 투수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공이 일정한 궤도로 오지 않는다. 그것도 하나의 장점인 것 같다. 제구가 완전히 잡혔다면 궤도가 계속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편차가 있다. 타자들의 시야에 공이 잡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공을 때리기 위해서 타이밍을 빨리 잡아야 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판단하기 쉽지 않다. 또 공 자체가 빠르고 힘이 있다. 패스트볼을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 공이 약간 높아도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이 이어지면서 카운트를 벌고 있다."

이 문장의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 미란다다.
윤성빈은 제구가 나쁜 투수다. 하지만 역발상을 통해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윤성빈은 제구가 나쁜 투수다. 하지만 역발상을 통해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미란다는 올 시즌 4승(3패)을 거두고 있다. 평균 자책점도 3.76으로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볼넷이 너무 많다. 38.1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27개의 볼넷을 내줬다. 반면 삼진도 많다. 5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이닝 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고 있다.

믿음을 갖고 기용하긴 어려운 선발이다. 외국인 투수로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공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계산이 서는 선발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앞 문장의 주어를 '윤성빈(22.롯데)로 바꿔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윤성빈도 150km가 넘는 광속구를 뿌린는 투수다. 하지만 늘 제구가 말썽이다. 올 시즌에도 1군에서 1이닝을 던졌는데 볼넷 1개가 꼭 끼어 있었다.

2군에서도 3이닝을 던지는 동안 2개의 사사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장점이 될 수 있다.

타자들은 공을 끝까지 보고 치지 못한다. 일정한 시점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오면 마지막 순간을 예측해서 타격을 한다.

미란다가 그런 것 처럼 윤성빈도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위력적일 수 있다. 일정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오지 않으면 타자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물론 승부를 하지 못해 주자를 쌓아주고 그러다 한 방에 무너지는 위험성은 안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세금으로 여길 수 있다. 윤성빈은 비싼 돈을 들이고 즉시 전력으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만 있다면 윤성빈에게 선발로 투자를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서튼 롯데 감독은 "최근 1~2년 사이의 윤성빈은 다른 선수가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보다 야구에 집중하고 실력도 향상 됐다는 평가다.

아직 불펜으로 쓰고 있지만 선발로 전환해서 모험을 걸어볼 수도 있다. 롯데는 윈 나우 버튼을 누른 상태지만 그 속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는 팀이다.

이승현 김진욱 등이 5선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 여기에 윤성빈도 추가해 실험을 해 본다면 자원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윤성빈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없는 투수다. 믿음을 갖고 기용하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들쭉 날쭉한 제구력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배짱을 키워준다면 윤성빈은 더 무서운 투수가 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의 말 처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제구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윤성빈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모험을 걸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윤성빈은 패스트볼 회전수 2397rpm, 상하 무브먼트 50.18cm를 기록한 바 있는 파이어볼러다.

회전수나 무브먼트 모두 리그 톱클래스 수준이다. 매력적인 패스트볼을 지닌 선수다.

이대로 그냥 쓰러져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기엔 윤성빈이 가진 재능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미란다식 역발상을 감히 제안해 본다. 나쁜 제구를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믿음으로 기용을 한다면 윤성빈은 의외의 대박을 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살려내야 하는 유망주라면 생각의 흐름을 반대로 바꿔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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