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료들의 연이은 비보와 자신에게 닥쳤던 아찔한 사고를 겪은 배우 임현식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19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데뷔 57년 차 베테랑 배우 임현식의 소박한 전원생활과 함께 가슴 먹먹한 진솔한 고백이 전파를 탔다.
이날 임현식은 눈 덮인 마당을 쓸고 홀로 소박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평소 각별했던 선배 배우 고(故) 이순재의 봉안당을 찾았다. 그는 이순재의 장례식 당시를 회상하며 “선배님이 돌아가신 것이 실감 나지 않았고,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앉아 통곡할까 봐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근 김수미에 이어 이순재까지, 정들었던 동료들을 연이어 속절없이 떠나보낸 그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깊은 상실감을 토로했다. 연극 대사인 “생자는 필멸이다. 나 자신도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를 읊조린 그는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임현식의 이러한 짙은 상념은 최근 그가 직접 겪은 생사의 고비와도 맞닿아 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1,000평 규모의 한옥에서 홀로 전원생활 중인 그는, 과거 사과나무 등을 관리하며 제초 작업을 하던 중 실수로 농약을 삼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고를 겪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핑 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이상해져 구급차를 불렀다”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에서 내부 세척 치료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기였음에도 그는 “어머니가 땅은 생명의 젖줄이라며 남겨주신 유산이라 편안하게 놀 수만은 없다”며 농사일을 놓지 못하는 먹먹한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장면은 그가 평생의 연기 기록이 담긴 대본집과 노트들을 직접 불태우는 모습이었다. 임현식은 “내가 없어지면 딸들이 이걸 어떤 마음으로 태울까 싶다. 안타까움보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 것 같아 마치 죄를 짓는 기분”이라며 스스로 삶의 흔적을 미리 정리하는 이유를 밝혔다.
2004년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안고 사는 그는, 시장 상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세 딸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임현식은 “남은 세월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활동적인 늙은이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는 노배우의 뒷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