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4, 키움)가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진출에 이은 성공으로 아버지이자 프로야구 레전드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퓨처스 감독의 위업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다.
이정후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 게임을 앞두고 진행된 팬 사인 및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확실히 밝혔다. 이를 통해 아버지도 못 이룬 위업을 해내고 싶다는 열망도 내비쳤다.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바로 이날 올스타전에 앞서 진행된 KBO리그 40주년 기념 선정 레전드 40인 투표 TOP4에 이종범 감독이 선정된 상황 덕분이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진출을 통해 한국야구의 영원한 레전드 이종범을 넘어서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 드러냈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선수 이종범은 레전드 선정 전문가 투표에서 149표(76.41점), 팬 투표에서 595,140표(10.90점)를 얻어 총점 87.31로 최다 득표 3위를 차지, 선동열·최동원·이승엽과 함께 KBO리그 40년 역사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결국 부자가 레전드와 현역 선정 선수로 나란히 한 자리에서 서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정후 개인으론 이미 올스타전에서 한 자리에 선 경험이 있었다. 과거엔 이종범의 아들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정후는 “되게 어렸을 때 이후로 오랜만이다. 2009년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이 마지막 이었다”며 “그때 서보고 처음인 것 같다”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와는 다른 기분이다. 이정후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냥 아빠 따라서 왔는데 지금은 다른 선배들이 자제분들 데려오는 걸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며 “어렸을 땐 빨리 커서 ‘나도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하며 올스타전에 나갔는데 이젠 팬사인회도 하고 올스타전을 실제 출전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 이종범은 어린 시절에나 지금에서나 변함없는 영웅이다. 개인의 레전드 ‘TOP4’에도 이종범이 들어가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정후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당연히 들어간다. 유격수에서 보여줬던 아빠의 모습은 최고였지 않나. (성적)수치적으로 볼 때도 가장 잘하셨고 멋진 모습도 많이 보여줬기에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실제 이종범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프로야구야구 역사에서 둘도 없는, 최고의 만능 플레이어였다. 90년대 4번의 골든글러브(93, 94, 96, 97) 타이틀을 차지했고 일본에서 복귀해서는 외야수로 활약하며 두 차례(02, 03)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던 1994년에는 시즌 막판까지 4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오가며 원년 백인천 이후 첫 4할 타자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최종 성적은 타율 0.393으로 역대 단일 시즌 최고 타율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실질적인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고 타율 기록이다.
또한 이종범 감독은 통산 도루 2위(510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4시즌 기록한 84도루는 현재도 깨지지 않는 역대 단일 시즌 최다 도루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KBO리그 현역 통산 타율 1위에 올라 있는 이정후의 현재 모습도 점차 최고의 타자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 올해는 장타력까지 부쩍 늘어 난 완성형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날 퓨처스 올스타 북부리그 감독 자격을 맡았던 이종범 감독 또한 언론을 통해 ‘아들 이정후가 20대의 자신을 이미 뛰어넘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사실 아빠보다 잘 하는 것도 좋지만, 20대 아버지는 너무나 잘하셨다”라면서 “넘볼 수 없는 기록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건(이종범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KBO리그 기록과 임팩트로 ‘선수 이종범’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정후에겐 오래 품어왔던 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이정후는 “저는 저대로 열심히 해서 아빠가 못 해 본 것들을 제가 할 수 도 있지 않겠어요”라며 “제가 해외 진출을 할 수도 있는 거고”라며 해외진출을 목표로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목표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정후는 “이제 그런 게 목표가 될 수 있다”면서 “아빠는 일본리그를 가셨고, 만약 제가 잘해서 좋은 리그(메이저리그)에 가게 되고, 거기서 잘하면 제가 (아빠 이종범을) 이기는 게 아닐까요”라며 아버지의 아성을 넘어서고 싶다는 열망도 내비쳤다.
내년 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이정후의 에이전트사는 이미 현지 협력 파트너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공교롭게 이날 팬사인회에는 미국 LA에서 온 야구팬들도 참여했다. 이 팬들은 이정후에게 사인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면서 “꼭 미국으로 와 달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 팬의 기대는 미래에 충분히 이뤄질 만한 일이다.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는 올해 꾸준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방문 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도권 구단이면 어김없이 이정후를 관찰하는 미국 야구 관계자들을 목격할 수 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 이종범이 KBO리그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광의 빛을 선수 이정후가 넘어서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야구 정복을 마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란 새로운 목표로 점차 향해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 길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 새로운 야구 천재의 웅대한 비상의 길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싹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