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순천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결승전. 1, 2세트를 대한항공이 따냈고 3세트도 10-8로 앞서가자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공격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성진아, 지한아. 결승전이어서 뭐가 틀려. 공이 작아 보이나. 져도 돼, 쪽팔리게 하지 마. 시원하게 하고 나와." 결승전 한 경기에서 승리하는 거보다, 자신감이 사라진 임성진과 김지한이 더 자신 있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 수장이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김지한이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특히 김지한은 컵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결승 경기 전까지 쏠쏠한 활약으로 팀의 결승을 이끌었고,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았다. 임성진과 함께 남자배구의 떠오르는 스타로 발돋움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팀의 미래, 늘 신선한 경기력으로 활력을 넣어주던 김지한이 공격도 힘 없이 하고,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사령탑은 이런 말을 남겼다.
김지한은 결승전 무대가 익숙하지 않았다. 김지한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대회를 주전으로 소화했다. 지금까지 프로에 네 시즌 있으면서 고작 27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송림고 졸업 후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대캐피탈 프로 지명을 받으며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9-20시즌 종료 이후 빠르게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택했다.
군복무를 하던 와중에 현대캐피탈에서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고, 지난 시즌 초반 전역 후 팀에 합류했지만 그가 설자리는 좁았다. 서재덕, 이시몬, 임성진이 버티고 있었다. 13경기(23세트) 출전에 14점에 머물렀다.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한없이 부족했다.
이번 컵대회는 그에게 기회의 대회였다. 권영민 감독은 부임 후 필자와 만남에서 "이시몬이 군에 입대했다. 임성진과 김지한에게는 이번 시즌이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지한의 잠재력을 모두가 기대한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김지한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를 꾸준하게 지키며 경기에 나섰다. 그는 결승전 포함 69점, 공격 성공률 49.11%, 리시브 효율 28.26%를 기록했다. 뛰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대회를 주전으로 치르면서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결승전을 제외하면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멘탈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수비에서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물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리시브 훈련은 필수다. 시즌에는 타이스 덜 호스트가 오기에 웜업존에서 경기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 이전보다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모든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이번 결승전은 김지한의 배구 인생에 있어 많은 의미가 담긴 경기였을 것이다. 결승전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더욱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컵대회 라이징스타 김지한은 정규 시즌에 들어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한편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결승전에서는 대한항공이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남자부 최다인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임동혁이 MVP, 서재덕은 MIP, 김지한은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