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하루에 안타 1개, 그리고 이틀에 볼넷 1개를 한다고 생각해 봐.”
박찬호는 올해 정규시즌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2/4홈런/81득점/45타점/41도루를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박찬호가 올 시즌 기록한 0.272의 타율은 프로 개인 통산 시즌 가운데서 가장 높았고, 134안타 역시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이다. 7월 중순 열흘간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한 시즌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박찬호는 9월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7~8월 각각 월간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꾸준히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얻은 또 하나의 훈장이 있다. 바로 2019년에 이은 개인 통산 2번째 도루 1위 기록이다. 박찬호는 올 시즌 130경기서 50번의 도루를 시도해 84%라는 성공률로 42도루를 기록, 부문 2위 김혜성(34개, 키움)이하 그룹들을 넉넉한 격차로 제치고 데뷔 이후 2번째로 타이틀 홀더가 됐다.
그리고 도루왕은 박찬호가 공수에서 예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꾸준히 기회를 얻어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고, 또한 출루했다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박찬호의 활약이 누구보다 흐뭇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범호 KIA 타격코치다. KIA의 마무리캠프가 열리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이범호 코치는 “박찬호는 막판에는 페이스가 떨어졌고 타율 3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거의 풀타임으로 타율 0.272를 기록한 것은 어느 정도는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보인다”라고 박찬호의 2022시즌을 평가한 이후 “올해 한 시즌을 소화하면서 스스로도 느낀 것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굴곡을 겪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과정과 결과를 통해 성장할 것이란 기대다. 이 코치는 “박찬호의 입장에선 내년 ‘더 잘해야 할 이유’가 많은 시즌을 보냈고 생각할 것들이 늘었을 것”이라며 “올해 시즌 중에 박찬호에게 ‘타율 3할을 치려면 이틀 동안 하루 1개씩 안타를 치고, 이틀에 볼넷 1개를 얻어 보라’는 목표를 제시한 적이 있다”며 시즌 중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그렇게 얘기하니 ‘어? 코치님 생각보다 쉽네요’라는 답이 나오더라. 실제로는 쉽지 않은 목표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 구체화 될 수 있다”면서 “결국엔 꾸준함과 향상심이 중요한 것인데 나도 선수 시절을 경험해봤지만 야수들은 당일 경기에 안타를 치면 ‘내 몫을 했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을 깨뜨리는데 중점을 뒀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타자들이 통상 갖기 쉬운 매너리즘을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코치는 당장 선수들이 1경기, 2경기, 일주일 동안 접근할 수 있을 눈 앞의 목표를 제시해 동기부여를 줬다. 이 코치는 “결국 타율 3할을 하는 더 쉬운 방법, 더 좋은 방법은 꾸준히 안타를 기록하고 매 경기 안타 1개를 더 치거나 볼넷을 얻는 것”이라며 “이틀을 기준으로 2안타를 치고 볼넷을 1개 얻어내면 타수가 줄어들면서 144경기를 기준으로 타율 3할을 넘을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조금씩 더 상향된 동기부여를 갖게 해주려고 했다. 매 경기 안타 1개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1개 더, 볼넷 1개 더, 그런식으로”라며 박찬호를 비롯한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해줬던 방식을 귀띔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박찬호는 올해도 비록 출루율면에서 0.344로 여전히 아쉬움은 남겼지만, 개인 한 시즌 기록으로는 가장 많은 57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두 사람의 ‘작전(?)’을 미진하게나마 이뤄낸 모습이다.
이 코치는 “박찬호가 올해 경험을 통해 겨울 동안 더 많은 준비를 해서 내년 또 치열하게 경쟁해줘야 KIA 타선의 짜임새가 더 좋아질 수 있다”면서 “최원준 등 복귀 선수가 돌아오고 올해 나름대로 커리어하이 성적을 냈던 타자들이 현상 유지가 아닌 조금씩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KIA 타선이 더 좋아 질 것”이라며 올 시즌 OPS 1위를 기록한 팀 타선이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고 기대했다.
인터뷰 내내 이 코치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KIA 일부 선수들이 나태해지거나, 올해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했다.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한 KIA 타선의 모습. 그게 이 코치와 KIA 코칭스태프가 기대하는 미래다.
[서귀포(제주)=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