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레멘스의 깨달음과 ‘9억 팔’ 투타겸업의 상관관계

1986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때 이야기다.

당대 최고 투수 중 하나였던 로저 클레멘스는 타석에서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였던 드와이트 구든을 상대하게 된다. 구든의 공을 겪어 본 클레멘스는 포수 게리 카터에게 물었다.

“지금 저 친구가 던지는 패스트볼이 내가 던지는 것보다 빨라?” 그러자 카터는 “누가 낫고 못 한 수준이 아니라 비슷하다”고 답했다. 클레멘스는 이때 큰 깨달음을 얻는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이런 공은 칠 수 없다.’ 그렇게 클레멘스는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장재영이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9억 팔’ 장재영(21)은 현재 투수와 타자 훈련을 겸하고 있다.

오타니처럼 투.타 겸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야수 훈련 스케줄과 투수 훈련 스케줄을 따로 짜 놓고 운영하고 있다.

프로에서 첫 타자 경험은 질롱 코리아에서 했다. 당시 장재영은 구단과 상의해 투.타 겸업을 시도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장재영은 제구력에 문제가 있는 투수다. 최고 시속 157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지만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은 떨어진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서 42이닝 동안 48개의 사사구를 내줬을 정도로 제구력이 흔들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장재영에게 타자 경험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직접 투수들의 공을 쳐 보며 타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바꿔 말하면 투수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느낄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장재영은 MBC와 인터뷰서 “투수의 몸쪽 공은 어떤 느낌인지, 슬라이더는 어떻게 변해 떨어지는지 경험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영은 KBO의 그 어느 투수보다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다. 그 공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깨달을 수 있다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재영의 투.타 겸업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타자로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타자 입장에서 투수로서 공을 던지게 되면 또 다른 눈이 떠질 수 있다.

클레멘스가 그랬던 것처럼 장재영도 자신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깨닫게 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장재영은 자신의 공이 가진 힘을 깨달을 수 있을까. 타자로서의 경험이 그 깨달음을 앞당기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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