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실제 4위) 한국과 열심히 싸웠다. 일본과도 9회까지 경기를 했다. 우린 전력을 다했다.”
체코의 야구는 열정 그 자체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한국을 괴롭혔다. 이른바 ‘투잡러’로 야구 전업선수들이 아닌 그들이 보여준 열정에 일본 팬들도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체코는 12일 낮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의 본선 라운드 조별리그 3번째 경기에서 3-7로 패했다. 이로써 1승 2패를 기록한 체코는 잔여 경기 호주전에서 최소 실점을 하고 승리해야만 8강 진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비록 패했지만 경기 내내 박수가 쏟아진 건 승자 한국이 아닌 패자였던 체코였다. 파벨 하딤 체코 야구대표팀 감독은 WBSC 랭킹 1위 일본과 4위 한국(종전 3위로 알고 잘못 발언했지만)에 선전을 펼친 체코 대표팀에 대한 큰 만족감을 전했다.
체코는 이로써 자력으로 8강에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뒀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1회 5실점 이후 추가 실점을 2점으로 최소화했고, 한국에도 3실점을 안기면서 12일 호주전에서 3실점 이하를 하고 승리하면 8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은 선발 박세웅의 역투와 김하성의 멀티홈런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지만 압도했던 초반 이후에는 체코의 저력과 열정에 끌려가면서 최대득점과 최소실점이란 미션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일본이 호주를 잡고, 체코가 호주를 4실점 이상을 하고 이긴 이후 다시 중국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경우의 수에 빠졌다.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파벨 하딤 감독은 “우리들은 열심히 싸웠다.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하는(실제로는 4위) 한국과 열심히 싸웠다고 본다”면서 “우린 일본과 9회까지 경기했다. 한국과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싸웠다. 전력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내일 맞붙어야 할 호주전에 앞서 한국전에 대해서 먼저 복기했다. 하딤 감독은 “우리들은 이 경기를 하면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경기의 경우,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었다. 우린 강한 팀이라 할 수 있다”며 체코 선수단의 노력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하딤 감독은 “그리고 호주와 관련해, 지금 머릿속에 아직 한국과 대전 결과만 남아 있다. 중국, 한국, 일본과 경기를 끝냈고, 호주전만 남겨놓고 있다”면서 “내일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호주를 이기지 못하면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없다. 대전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음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WBSC 랭킹 1위인 호주의 강함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하딤 감독은 “호주도 훌륭한 팀이다. 세계 TOP10에 들어가 있다. 한국도 꺾은 팀”이라며 호주의 저력을 인정했다.
“따라서 8강에 진출하는 티켓을 따기 위해 우리와 호주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다. 3경기 최선 다해서 치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전에 임하겠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내일 해봐야 나올 것 같다.” 호주전에 임하는 하딤의 각오다.
2번째 투수로 등판해 5.2이닝 2피안타 1실점 역투를 펼친 바르토에 대해선 극찬을 펼쳤다. 하딤 감독은 “한국 타선에 대해 왼손 타자를 공격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이게 야구라는 경기다. 유럽 예선에서 바르토가 정말 호투했다. 그가 체코의 1라운드 진출을 이끌어줬다”면서 “그런 호투를 펼쳤기에 다시 등판시켰다. 바르토에 대한 감사의 뜻이기도 했다. 초반이 안좋았지만 두 번째 투수 바르토가 장히 좋은 투구를 펼쳤다. 그는 체코에서 태어나고 체코 부인을 두고 있고, 체코 아이를 갖고 있는 순수한 체코 사람이다. 일본 마운드에서 훌륭한 피칭을 보여준 것이 자랑스럽다”며 바르토의 역투에 대해 호평했다.
체코 야구와 세계 야구의 격차는 인정했지만 그들의 팀 케미는 높이 평가했다. 하딤 감독은 “물론 격차가 있다. 우린 지금까지 훌륭한 경기를 펼쳐 왔다. 경기 수는 적지만, 단결심과 헌신하는 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하딤 감독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회 5실점을 했다. 수비에서도 실수가 많았다. 안타가 잘 나오지 않으면 한 점도 뽑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실력 차를 느끼고 있다. 한국의 프로 대표 선수들을 존경한다. 또 체코 야구는 높은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같은 수준에 도달할 거라 본다”며 한국 야구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체코가 선전을 펼치자 체코인 관중들은 물론 일본 관중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상대적으로 오랜 라이벌인 한국에 맞서는 체코를 응원하는 의미가 있었다. 동시에 경기 초반 엄청난 역투를 보여준 박세웅 등을 비롯해 상대적 강팀인 한국을 맞아 최선을 다하는 약팀인 체코를 응원하는 의미도 있었다.
하딤 감독은 “정말 훌륭한 팬들인 것 같다. 일본 팬들은 정말 훌륭하다. 도쿄돔에서 느꼈다. 이렇게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없을 것 같다”고 극찬한 이후 “일본 야구 팬들이 우리 프라하(체코의 수도) 야구 시즌에 꼭 보러와 주길 바란다. 체코의 거리와 야구를 봐주길 바란다. 환영할 것”이라며 일본팬들의 방문을 기대했다.
비록 한국에 패했지만, 행복한 야구, 열정적인 야구를 펼친 체코의 돌풍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