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은 속도감, 특별출연까지 임팩트 있는 연기력, 적재적소 어색하지 않은 CG까지 모두 완벽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퇴마사지만 귀신을 믿지 않으며, 신빨보다 말빨로 의뢰인을 홀리고, 상대의 생각과 마인드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천박사는 건당 최소 천만 원의 의로비를 챙긴다고 해서 ‘천박사’로 부린다. 기존 퇴마와는 차별화된 ‘심리 테라피’ 매력을 자랑한다.
현실주의자 천박사는 악귀를 감지하는 놋쇠방울을 믿는다. 사실 천박사는 알아주던 당주집 장손이었기 때문. 그렇기에 그는 놋쇠방울을 믿고 위기에도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는다.
가짜 의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던 중 천박사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싸인다. 이 사건으로 그의 숨겨둔 서사가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가족에게 비극을 안겼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었고, 몰래 진상을 파헤치던 중 사건의 중심 범천(허준호 분)을 찾게 된 것. 그를 만나면서 천박사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현대적 설정과 전통적 퇴마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버물려 확실하게 보는 재미를 만들었다. 놋쇠방울과 귀신을 관통하는 무기 칠성검, 귀신을 잡아 가두기 위해 경문과 문양을 한지에 조각한 설경 등의 설정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묘미를 전한다.
또 영화는 출연 배우 전원 완벽한 존재감을 드러내 연기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브로커’에 출연했던 강동원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통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2015년 개봉해 544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구마사제로 분한 강동원은 또 다른 퇴마사로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이끈다. 특유의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존재감을 발산했다.
강동원 다음 주인공은 이동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 또한 대단했다. 극이 진지해지는 중간에도 천박사의 파트너이자 퇴마 기술직 인배 역으로 분한 이동휘는 감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말만 하면 웃음이 터질 정도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순간을 코믹하게 만들었다.
귀신을 보는 의뢰인 유경 역의 이솜과 사람들의 몸을 옮겨 다니며 빙의하는 악귀 범천 역의 허준호, 천박사와 오랜 인연의 골동품점 CEO 황사장 역의 김종수는 섬세한 연기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특별출연한 지수, 박정민은 짧은 분량임에도 임팩트있는 연기를 선사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선녀무당으로 분한 박정민은 신이 들렸다가 빠지는 찰나의 순간을 완벽하게 표현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또 ‘기생충’에서 지하실 부부로 열연을 펼쳤던 박명훈과 이정은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등장해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여기에 조이현은 부부의 딸로 분해 극에 활력을 더했다.
액션, 코믹, 스토리, 배우, 특별출연까지 어디 하나 모자랄 게 없었다. 특히 엔딩에는 시즌2를 기대케 하는 신으로 마무리 돼 다음 이야기에 궁금증을 더하기도 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흥행과 함께 시즌2가 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단단한 영화 경력을 쌓아온 김성식 감독의 첫 연출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나영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