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부천 하나원큐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며 강팀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 하나원큐는 약팀의 대명사였다. 2021-2022시즌 5승 25패로 최하위에 머물렀고, 2022-2023시즌에도 6승 24패로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다르다. 6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전을 78-51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결과로 하나원큐는 2연승에 성공하며 4승 6패를 기록, 부산 BNK썸(3승 6패)과 함께한 공동 4위에서 단독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하나원큐의 연승은 지난 2020-2021시즌 이후 1031일 만이었다.
하나원큐의 이 같은 선전 배경에는 베테랑 김정은의 존재감이 있었다.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원큐의 전신 신세계에 지명된 김정은은 2017년까지 이 팀에서만 뛰었다. 이어 그는 2017-2018시즌부터 아산 우리은행 우리 WON으로 이적해 6시즌 동안 활약했다. 이 기간 김정은은 우리은행을 세 차례 정상으로 이끌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런 김정은을 하나원큐는 2년 2억5000만 원의 조건에 다시 영입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기량 저하에 우려를 나타냈으나, 젊은 선수들 위주였던 하나원큐는 베테랑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하나원큐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먼저 팀 전체에 퍼져있는 패배 의식을 지웠으며, 중요한 순간마다 투혼을 발휘, 후배들의 투지를 살리고 있다.
가장 크게 김정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수비다. 김정은은 선수단과 활발히 소통하며 팀 디펜스를 살렸다. 그는 또한 위급한 상황에도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원큐 수비진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현재 하나원큐의 실점은 62.1점으로 ‘절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청주 KB스타즈(57.6점), 우리은행(60.6점)에 이어 3위다.
신한은행전에서 20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하나원큐의 승리를 이끈 정예림은 “(김)정은 언니랑 (김)시온 언니가 들어오면서 조직적인 수비가 되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공격에서의 존재감도 크다. 김정은의 활약으로 인해 무엇보다 하나원큐는 그동안 에이스 신지현과 양인영에게 집중됐던 상대 수비가 분산되는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
김도완 감독은 “코트 안에서 (김)정은이가 중심을 잘 잡아준다. (신)지현이나 (양)인영이에게 쓴소리도 할 줄 알고, 좋은 이야기나 칭찬도 한다. (김정은이) 중심 역할을 해주는게 제일 큰 것 같다”며 “팀 미팅이나 피드백, 다음게임을 어떻게 준비할 지를 알아서 다 하더라.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어 이끌어주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힘이 여기서 나오지 않나 싶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단 그러면서 사령탑은 후배 선수들이 김정은의 장점들을 빠르게 배울 것을 바랐다. ”(신)지현이도 그렇고 (양)인영이, (김)시온이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마음을 잘 배워서 하나원큐가 성장했으면 좋겠다. (베테랑의) 역할을 잘 이어갔으면 한다“. 김 감독의 말이었다.
이처럼 약체의 대명사였던 하나원큐는 베테랑 김정은의 존재감에 힘입어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판세를 뒤흔드는 다크호스로 거듭나고 있다. 과연 김정은과 하나원큐의 동행이 올 시즌 어떤 결과물을 낳을 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부천=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