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수들도 치열하게 더 노력해 여자농구 발전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리빙 레전드’ 김정은(부천 하나은행)이 후배들을 향해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8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김완수 감독의 청주 KB스타즈를 54-49로 제압했다. 이로써 2연패에서 벗어난 하나은행은 4승 9패를 기록, 공동 5위에 위치하던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3승 9패)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단독 5위에 올랐다.
특히 김정은의 WKBL 역대 최다 득점 달성을 기념하기 위한 ‘캡틴 데이’로 치러진 경기에서 거둔 승리라 더 값진 성과였다. 김정은은 지난 2일 홈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전에서 경기 시작 25초 만에 페인트존 득점에 성공, 종전 정선민의 8140점을 넘어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아울러 그는 이날도 8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 팀 승전고에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경기 후 만난 김정은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전 경기(5일 원정 신한은행전)에서 (48-62로) 지고 국장님께 마음은 너무 감사한데 (행사를) 안 하면 안 되나 부탁했다. 팀이 이런데 개인적인 기록 때문에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생각했다”며 “저는 오늘 잘한 것이 없다. (인터뷰실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 내용적으로 부족했다. 중요한 순간 에러도 많았다. 선수들이 각성하고 뛰어줬다. 후배 선수들 덕분에 이긴 것 같다.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박소희는 이번 경기에서 12득점을 올리며 하나은행의 공격을 이끌었다. 김정은은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박)소희가 왔어야 한다”며 “(박소희가) 요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비시즌 나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부상을 당했다. 올해 많은 기대를 받고 시즌을 준비했는데 얼마나 속상하겠나. 이전 몇 경기는 본인의 실력이 아니고 심리적 부담이라 생각한다. 옆에서 힘든 걸 많이 느꼈는데 오늘 그것을 깰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동안 내가 많이 다그쳤는데 오늘 잘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프타임 때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김정은은 “많이들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경기 중이다. 일단 경기를 이기고 인사드리겠다”며 짧은 인사만 남긴 채 벤치로 돌아가 후반을 준비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감정을 꾹꾹 눌렀다. (축하해 주러 오신) 정선민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감독님, 구단주님, 남편, 은사님들을 만났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연패) 분위기를 끊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많이 억눌렀다”며 “구단에서 너무 신경을 써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 팀 성적에 주장으로서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데도 신경 써주셔서 ‘하나은행이 김정은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자부심을 느꼈다.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은 “(남편이 올 줄은) 살짝 알았다. 느낌이 올 것 같았다. 남편도 운동 선수(럭비) 출신이다. 제가 힘든 것을 안다. 여기까지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게 남편을 만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덕분”이라며 “강한 스포츠를 한 사람이어서 힘든 일을 이겨내는 강한 사람이다. 저 역시 배우자지만 많이 존경하고 있다. 원래 경기장도 못 오게 하는데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남편에 대한 진심을 표했다.
여자농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김정은. 과연 그는 누구를 보며 꿈을 키웠을까. 김정은은 “프로에 들어왔을 때 언니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우상이었던 박정은 (부산 BNK썸) 감독님, 정선민 감독님 등 대단하신 언니들이 많았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겼다. 자극도 많이 받았다”면서 “어린 나이에 대표팀 들어가는 것이 신났다. 언니들과 농구하고, 언니들이 농구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언니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언니들이 길을 잘 닦아주셔서 좋은 환경에서 농구할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가 ‘프로는 생명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라 했다.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프로는 진짜 간절하고 절박해야 한다. 열심히는 누구나 다 한다. 얼마만큼 치열하고 절박하게 자기 기량을 위해 노력하느냐가 빛을 발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끝으로 김정은은 “(하나은행 후배들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너희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절박하게 해야 한다. 진심으로 농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저도 이 나이 먹도록 농구 안 되면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 은퇴할 때까지 농구가 전부일 것 같다”며 “후배 선수들도 치열하게 더 노력해 여자농구 발전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향해 애정 가득한 조언을 남겼다.
[부천=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