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오류도 남기면 안되니까...”
김혜성(LA 다저스)이 극적인 연장 11회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극적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다저스는 2년 연속 우승을 노릴 수 있게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연속 우승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우승한 뉴욕 양키스가 마지막이다.
김혜성은 연장 11회 말 대주자로 출루해 앤디 파헤스의 빗맞은 타구 때 홈을 파고 들어 끝내기 결승 득점을 올렸다. 오랜 기다림에도 좀처럼 다저스의 포스트시즌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날 승리의 주역으로 확실하게 풀었다.
동시에 이 승리의 과정 속에는 대주자라는 자신의 역할에 조금의 실수나 아쉬움도 남기지 않으려는 김혜성의 프로 의식이 녹아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배팅 케이지에서 진행된 샴페인 파티 도중 MK스포츠를 비롯한 미국 현지의 취재진을 만난 김혜성은 “주자로 나갔을 때 일단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만루 상황에서 홈에 들어갈 때 태그 아웃이 아닌 포스 아웃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슬라이딩도 하지 않고 전력으로 들어갔는데 그게 잘된 거 같다”며 장면을 복기했다.
급박한 상황인 동시에 주자의 센스도 중요했던 결승 득점 장면이었다. 연장 11회 말 좌전 안타를 때린 토미 에드먼의 대주자로 출전한 김혜성은 맥스 먼시의 중전 안타 때 2루에서 멈추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타구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놓치지 않은 집중력 있는 김혜성의 집중력 있는 베이스 러닝이었다. 다저스는 이어 키케 에르난데스가 볼넷을 고르면서 만루가 됐다. 그리고 후속 타자 파헤스의 빗맞은 타구를 필라델피아의 우완 구원투수 오라이언 커커링이 잡아 홈으로 송구했지만, 정확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악송구가 됐다.
그리고 김혜성은 홈을 밟았다. 다저스의 선수들이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위해 환호할 때 김혜성은 다시 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또 한 번 밟았다. 필라델피아의 포수 리얼무토와 홈에서 부딪히면서 혹시나 홈을 밟지 못했을 상황을 대비한 냉정하고 꼼꼼한 김혜성의 플레이였다.
득점 이후 다시 홈으로 돌아와 확실하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던 플레이에 대해 김혜성은 “들어오면서 상대 포수와 부딪혔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0.1%의 오류도 남기면 안되니까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길고 길었던 기다림은 팀의 시리즈 승리 장면의 일조라는 확실한 결과로 돌아왔다. 김혜성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약간 ‘무조건 올라갸아한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우리보다 높은 시드였다. 뭔가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던 거 같다”며 지난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대주자 출전으로 포스트시즌에 데뷔한 것에 대해 김혜성은 MK스포츠 취재진에 “그전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일단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못뛰더라도 이름을 올리고 못 뛰는 것과 올리지 못하고 못 뛰는 것은 다르다. 그렇기에 ‘언젠가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했다”며 기회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제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카고 컵스의 승자와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른다.
김혜성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스페셜리스트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면 10일 경기와 같이 김혜성이 다시 한 번 빛날 순간이 다시 찾아올 터다.
김혜성 또한 “지금과 똑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면서 준비해야 할 거 같다”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