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번의 자기 시간이 꼭 온다. 어렸을 때 한 번, 힘들 때 한 번,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기회가 반드시 온다.”
배우 선우용여가 ‘미달이’ 김성은에게 건넨 이 말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오래 지켜본 어른의 확신이자, 자신을 거쳐 간 후배들에게 전하는 인생의 이정표였다.
25년 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미달이는 온 국민의 손녀였다. 세상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브라운관을 채우던 아이가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 돌아왔다. 그동안의 시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가정의 붕괴, 생계를 위한 유학, 그리고 잊혀진 배우의 이름이 된 김성은은 “그냥 살기 바빴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버티고, 견디고, 다시 일어선 시간들이 녹아 있었다.
선우용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랜만에 김성은과 마주한 선우용여는 미달이를 따뜻하게 안았다.
“얘는 연기를 너무 잘했어. 이제 또 네 캐릭터가 나올 거야.” 그리고는 덧붙였다. “세 번의 자기 시간이 꼭 온다. 이번에는 네 시간일 거야. 그러니까 이번엔 꼭 붙잡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스튜디오의 공기가 잠시 멈춘 듯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세 번의 시간’. 어릴 적, 세상에 처음 나를 보여주는 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가 보이지 않을 때, 다시 나를 붙잡는 시간. 그리고 끝내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지막 시간.
김성은에게 그 세 번째 시간이 지금일지도 모른다. 그는 다시 무대에 섰고,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돌고 돌아 왔지만, 결국 연기가 나의 자리였어요.” 그 고백에는 후회보다 다짐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종종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말하지만, 선우용여의 말은 그 믿음을 뒤집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더 길고, 우리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여러 번 주어진다. 다만 그 시간을 ‘붙잡을 준비’를 한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살다 보면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는 순간이 있다. “난 끝났어.” 하지만 어쩌면, 그 말 뒤에서 진짜 시작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우용여의 한마디는 김성은만을 위한 말이 아니었다. 한때 무너졌던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생의 응원이었다. “세 번의 자기 시간이 꼭 온다.” 그 말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약속 같다.
첫 번째 기회를 놓쳤더라도 괜찮고, 두 번째에서 주저앉았더라도 괜찮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당신의 세 번째 시간일지도 모른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