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가 아닌 김경문과 이호준의 동행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4일 이호준(41·NC)은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하루 앞두고 들떠 있었다. 수없이 많이 치렀던 포스트시즌이었지만 ‘현역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설렘이 가득했다.

이호준은 취재진과 꽤 오랜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입담은 야구 실력만큼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갖은 양념이 더해져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김경문(59) 감독과 관련한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이호준이 FA 자격을 얻었던 2012년 11월로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이호준은 원 소속구단인 SK와 협상이 결렬돼 SK를 제외한 8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호준은 시장에 풀린 지 24시간도 안 돼 NC의 1호 FA가 됐다. 3년 20억원. SK가 제시한 2년 12억원보다 높은 대우였다. 하지만 그가 NC를 택한 것은 오로지 김 감독 때문이었다.

이호준은 “솔직히 그때는 나도 불안했다. 과연 불러줄 팀이 있을지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연락이 왔다. (김경문)감독님이셨다. 계약조건에 관한 말씀은 없으셨다. 딱 두 마디만 꺼내셨다. ‘난 너를 높게 평가한다. 우리 팀은 네가 필요한데 와줄 수 있나’라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후 연락 온 다른 구단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꺼냈던 그 발언은 고스란히 다른 팀 감독이 말했다면, 흔들릴 수도 있었을까. 이호준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말씀이 와 닿았지만 감독님께서 직접 하셨기 때문에 더욱 와 닿았다. 언젠가는 감독님과 한 번 해보고 싶었다”라며 “명장이신 감독님과 함께 5시즌을 뛰었으니 난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호준이 신생팀에서 맏형으로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랐다. ‘호부지’가 된 이호준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감독님의 생각에 어긋나지 않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대충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독님께 꼭 보답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호준은 NC에서 마지막 힘을 다했다. 그리고 NC는 2014년부터 4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헹가래를 받지 못했다. 준우승만 4번이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직전 “누구보다 내가 간절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2등의)꼬리표를 떼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산에 2015년 플레이오프 패배를 설욕하지 못했다. 그리고 4연패로 힘의 차이를 절감했다.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김 감독은 “마음이 아프다. 감독인 내가 부족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팀을 다시 잘 만들어 도전하겠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NC와 재계약을 한 김 감독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NC는 관문 2개를 통과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두산과 부딪힌다. 우승으로 가는 길목이다. 김 감독은 1년 전과 다르게 우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 중압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감독을 따라 선수들도 그저 최대한 편하게 즐길 따름이다. 김 감독의 진심을 느꼈다는 이호준이 앞장서고 있다. 몸소 실천 중이다. 또한, 후배들에게 ‘선배 얼굴 오래 보고 싶으면 이겨라’는 농담을 건네며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5년 전 김 감독이 이호준에 바랐던 모습이다. 이호준은 5년 내내 변함없이 그 모습이다. 마지막까지도.

NC가 관문 하나씩을 돌파할 때마다 김 감독과 이호준의 동행은 계속된다. 끝은 정해져 있지만 아직 끝날 때가 아니다.

김 감독은 색깔이 분명한 지도자다. 진중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올해 포스트시즌 중 유일하게 미디어데이가 열리지 않았다. 해마다 했던 미디어데이를 하지 않아 어색함이 없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이 자리는)말보다 결과로 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부딪힌다. 더 오를 수 있다면 더 없이 기쁠 터다. 뛸 때마다 포스트시즌 타자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호준은 기분이 새롭고 즐겁다. 그리고 이 기분과 분위기를 계속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지킨다면, 김 감독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이면서 가장 큰 보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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