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유니폼이 아닌 검은색 훈련복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구장이 아닌 한 대학교 야구장. 오승환(35)의 2018시즌 준비는 뭔가 낯설었다.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이 무산된 오승환은 20일(한국시간) 훈련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 한 대학교 야구장에서 개인훈련중인 오승환은 스프링캠프와 똑같은 루틴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승환은 2~3일 간격으로 불펜 투구를 하는 일반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달리, 스프링캠프 준비 기간에는 이틀 연속 불펜 투구를 하고 하루 쉬는 루틴을 유지한다. 이날도 그는 이틀 연속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이너리그 불펜 포수인 채즈 데이비스와 짝을 이룬 그는 30개의 공을 던지며 감각을 점검했다. 데이비스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빅리그 멘탈리티를 갖춘 선수다.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오늘도 패스트볼, 체인지업, 스플리터, 커터 등 네 가지 구종을 구사했다"며 오승환의 투구를 평가했다.
현지 언론과 에이전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오승환은 팔꿈치에 약간의 염증이 발견됐다. 지난 2년간 오승환의 투구를 관찰해온 텍사스 구단이 계약 규모를 수정하려고 시도한 근거였다.
오승환은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분명한 것은 부상이 없었던 선수들도 검사를 받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소견이라 생각한다. 공을 던지지 못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 상태는 크게 문제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텍사스와 계약은 무산됐지만,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아직 29개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남아 있고, 삼성라이온즈로의 복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
이날 훈련장에는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찾았다. 한 구단은 오승환을 오랜 시간 지켜본 인사를 파견했다. 그만큼 관심이 진지하다는 뜻이다. 선수 인사 관리 책임자까지 참석한 구단도 있다. 이들은 오승환의 불펜 투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캐치볼을 마치고 불펜으로 이동하고 있는 오승환의 모습. 사진(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이들과 대화를 나눈 선수 측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들은 세 번 정도의 불펜 투구를 연달아 지켜보며 그의 상태를 더 지켜보기를 원하고 있다. 이틀 연속 불펜 투구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날 불펜 투구가 100%의 상태에서 던진 것인지를 되물으며 "몸 상태가 100%일때 불펜 투구를 보자"는 요구사항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지금까지도 팀을 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뜻하지 않게 부상이 있는 선수라는 오명까지 쓴 오승환은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계약을 못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거기에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마음 잘 추스리고 있다"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