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워싱턴DC) 김재호 특파원] 올스타 게임도 재밌게 할 수 있다. 2018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은 이를 잘 보여줬다.
지난 18일(한국시간)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은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메리칸리그 올스타가 8-6으로 이겼다.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 양 팀 합쳐 10개의 홈런과 25개의 삼진이 쏟아졌다. 두 번의 동점이 나올 정도로 팽팽한 승부였다.
2년 연속 선발 투수로 맞붙은 크리스 세일(보스턴)과 맥스 슈어저(워싱턴)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와 전력 투구를 보여줬다. 전반기 마지막 투구 이후 5일을 쉬고 나온 세일은 "트레이너와 상의해 1이닝만 던지기로 했다. 추가 휴식을 가져서인지 느낌은 정말 좋았다"며 좋은 몸 상태에서 던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18 MLB 올스타 게임은 올스타 게임도 충분히 재밌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진(美 워싱턴DC)=ⓒAFPBBNews = News1
상대한 타자들도 진지하게 맞붙었다. 슈어저를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고른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은 "전쟁이었다. 그도 경쟁자고 나도 경쟁자다. 서로 전투를 치렀다. 나는 그의 실투 몇 개를 놓쳤고 그도 좋은 공을 던졌다"며 슈어저와의 승부를 되돌아봤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은 이렇게, 매치업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만든다. 정규 시즌 기간 별로 맞붙을 일이 없는 양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투타 대결을 벌인다는 것만으로도 큰 볼거리다. 인터리그가 늘어나 3시즌을 치르면 모든 팀을 다 만나게 되는 지금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가 10개 팀이 단일 리그를 치르는 시스템이라면 이렇게 올스타 게임이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양념'이 있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동안 꾸준히 몸부림을 쳐왔다. 한때는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걸고 경기를 치렀다.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 데이빗 오티즈 등 은퇴가 임박한 선수들을 기념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가 사라진 지난 시즌부터는 선수들의 개성을 새로운 흥행 카드로 준비했다. 지난해에는 넬슨 크루즈(시애틀)가 타석에서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상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에게 건넸고,웨스트 주심과 기념촬영을 해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셀카 놀이'를 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뛰는 모습을 찍는가 하면 수비 도중에도 동료, 상대 선수들과 사진을 찍었다. 매니 마차도는 수비 도중 2루에 진루한 맷 켐프(다저스)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경기 도중 함께 외야수로 나선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 무키 벳츠(보스턴)과 셀카를 찍은 애런 저지(양키스)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경기 도중 이렇게 셀카를 찍은 경험이 없었다. 두 명의 최고 외야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굉장한 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중계 방송도 여기에 양념을 더했다. 이전까지는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를 인터뷰하거나 경기 도중 선수들이 나누는 대화를 잠깐 들려주는 정도의 시도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수비에 나선 선수가 마이크를 착용하고 중계진과 직접 인터뷰를 했다. 7회말 유격수 수비를 나선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는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자신을 향해 뜬공 타구가 날아오자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콜플레이를 하며 중계의 생생함을 더했다.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 경쟁이 사라진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은 선수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자리로 변했다. 사진(美 워싱턴DC)=ⓒAFPBBNews = News1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감독을 맡은 A.J. 힌치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은 "야구에도 개성이 넘치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가끔 야구가 지루한 스포츠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이 가장 큰 쇼케이스 이벤트에서 선수들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게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올스타 게임이 선수들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올스타 게임은 고민이 많은 이벤트다. 각 종목들은 흥미를 더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NBA는 드래프트 방식을 도입해 호응을 이끌었고, NHL은 3대3 디비전 대항전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변화에 가장 둔감한 지역이었던 메이저리그에서도 진정성과 흥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올스타 게임도 충분히 재밌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greatme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