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신 감독, 절망의 순간에 피어난 꽃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정의신 감독의 작품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절망의 순간에도 어떻게든 훈풍은 불고, 미소는 싹을 틔운다.

재일교포인 정 감독은 지난 2008년 직접 글을 쓰고 연출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 크게 사랑받으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극,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누빈다.

정의신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울다가 웃다가, 뼈 깊숙이 밴 휴머니즘 정 감독을 대중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연극 연출가, 또 다른 하나는 영화 각본가다.



연극계와 영화계에서 정평이 난 정 감독은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피와 뼈’(2004) 등 최양일 감독의 영화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로 익히 알려졌다. 연극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야끼니쿠 드래곤’ ‘푸른 배 이야기’ ‘나에게 불의 전차를’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등 히트작을 기억한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와 ‘피와 뼈’를 통해 정 감독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속한 인물들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에는 일본 이름 타다오, 한국 이름 강충남 두 개의 이름을 가진 남자가 주인공이다. 동창이 운영하는 택시 회사 소속 기사로 일하지만 생계나 다른 고민보다 여자와 만나는 데 더 열중한다. 목적지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목적지가 없기도 한 택시는 곧 충남이자 그와 동일시되는 여러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위기에 놓이거나 어머니가 일본 여자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등 다양한 군상이 당대를 투영한다.

영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피와뼈’ 포스터 사진=스폰지, 시네콰논
반면 ‘피와 뼈’는 1923년, 일본의 새 삶이 풍요를 가져다주리라 믿은 한 청년이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주인공 김준평은 오사카에 정착해 공장에 취직하지만 희망은 온데간데없다. 타고난 근성으로 위기의 공장을 지켜내는 이면에는 끝없는 착취와 폭력으로 마치 인간성을 상실한 듯한 그가 남는다. 전작과 ‘피와 뼈’가 다소 다른 지점이라면 이 영화는 민족적 정체성보다 한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폭력과 욕망만 남은 준평에 대한 이 이야기는 허구 같으면서도 현실적이다. 때로는 경악, 때로는 눈물, 때로는 웃음이 한데 모인 정 감독의 작품에는 재일교포로서 자전적 이야기와 시대상, 세계관이 수시로 교차하며 풍성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포스터 사진=영화사 그램
◇ 꿋꿋하고 꿋꿋한 ‘용길이네 곱창집’ 정 감독이 이번에는 ‘용길이네 곱창집’을 통해서 첫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용길이네 곱창집’은 1969년 고도성장기 일본에서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용길이네 가족을 통해 재일교포들의 삶의 애환과 희망을 그려낸 가족 드라마로, 정 감독의 연극 ‘야끼니쿠 드래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재일동포의 역사를 담는다. 한 가족의 일상, 더 나아가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겪는 차별과 무시를 짚고 그 안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가족이 겪는 차별은 지극히 일상 침투적이라 더 마음 아프지만 시련도 함께 견디는 재일동포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정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을 발휘한다.

‘용길이네 곱창집’에는 한국배우 김상호, 이정은, 일본배우 마키 요코, 이노우에 마오 등이 출연한다. 한일 배우들이 만들어낸 앙상블도 기대해볼 만하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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