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뉴 트랜드 `똑딱이` 볼넷 사냥꾼들이 온다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볼넷은 한 때 거포들의 훈장처럼 여겨졌었다. 큰 것 한 방을 맞지 않기 위해 상대 배터리는 어렵게 볼 배합을 가져가고 그 결과물로 얻어지는 볼넷은 거포들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KBO리그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볼넷 상위 랭킹을 일명 똑딱이형 타자들이 석권하고 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 없었던 출루형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홍창기, 정은원, 조용호. 사진=MK스포츠 DB
11현재 볼넷 랭킹 5걸 중 장타율이 5할이 넘는 선수는 김현수(LG.33)가 유일하다. 김현수도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선수라고 하긴 어렵다. 똑딱이형 타자들이 볼넷 랭킹을 접수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선수로는 정은원(한화.21), 조용호(KT.32), 홍창기(LG.28)가 있다.

11일 현재 볼넷 1위는 정은원이다. 무려 31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정은원은 올 시즌 홈런이 단 1개도 없다. 홈런이 없는 타자가 볼넷 1위를 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은원은 좀처럼 볼에 손을 내지 않는다. 자신의 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은 절대 스윙하지 않는다. 삼진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볼을 골라낸다.

그 결과 높은 출루율로 이어지고 있다. 정은원의 타율은 0.274에 그치고 있지만 출루율은 무려 0.438이나 된다. 순수 출루율이 0.168이나 된다.

조용호는 스타일은 조금 다르지만 볼넷을 많이 얻어내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용호의 타율은 0.268에 그치고 있지만 출루율은 0.407로 수준급이다. A급 출루율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홍창기는 새로운 트랜드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혜성 같이 등장해 출루하는 톱 타자로서 명성을 만들었다.

지난해 홍창기의 타율은 0.279에 그쳤지만 0.411의 출루율을 앞세워 LG 트윈스의 톱 타자 자리를 꿰찼다. 그 페이스는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타율은 0.299로 3할을 조금 밑돌지만 0.428의 출루율로 부족한 부분들을 만회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떻게 해서든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한다는 점이다. 정은원은 타석 당 투구수가 무려 4.77개나 된다. 리그의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톱 타자로 나서 상대를 괴롭히며 많은 출루를 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공을 많이 봐 준다는 건 개인만의 이득이 아니다. 다음 타석들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도 공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타율이 모든 것을 설명하던 시대에선 환영 받지 못할 유형의 선수들이다. 그러나 출루가 타율에 비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오면서 똑딱이형 타자들 중에서도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선수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공을 많이 보고 신중하게 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공을 뒤에 놓고 치면 안타 확률이 크게 덜어질 수 있다. 공이 맞는 포인트까지 밀려선 안되는 이유다.

그러나 타율에선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높은 출루율로 이를 만회하는 선수들이 등장하며 야구 이론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이 대열에 합류하려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일단 누상에 주자가 쌓여 있어야 득점력도 배가될 수 있다. 해결사들이 필요한 만큼 찬스를 만들어줄 선수들의 가치도 점차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수도권 팀 A 주루 코치는 "출루형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작전도 다양해지고 있다. 작전을 낼 때도 출루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 최근 주심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좁아졌다. 왔다 갔다 한다는 평가도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트랜드도 출루형 선수들이 대거 출현하는데 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2021시즌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똑딱이형 볼넷 사냥꾼들의 출현이 KBO리그를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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