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판 ‘만남의 광장’이 열린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한국시간으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된다.
매년 12월초 열리는 윈터미팅은 30개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들이 한곳에 모인다. 그만큼 FA 영입이나 트레이드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MLB 겨울 이적시장은 마치 ‘정신과 시간의 방’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루하다. 긴 겨울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윈터미팅은 그 지루한 겨울을 잠시 뜨겁게 달궈주는 난로같은 존재다.
분위기는 매년 다르다. 나흘간의 미팅 기간 대형 영입이나 트레이드 소식이 연쇄 폭발처럼 터지기도 하고, 별다른 소식 없이 뜬소문들만 떠돌기도 한다.
한 베테랑 단장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루한 윈터미팅이 될 거 같다. 지난주에 팀들과 얘기해봤는데 별다른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그 밑에서는 수많은 협상이 오가고 있다. 연말에 공식 발표가 나오는 계약이나 트레이드는 모두 이 기간 진행된 논의의 결과물이다.
USA투데이는 윈터미팅 이후 2주 동안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계약 소식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현재 포스팅이 진행중인 키움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은 이 윈터미팅을 가장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을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윈터미팅 끝나고 시작해 봐야 좀 더 자세한 팀들의 오퍼를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송성문에게 관심을 가진 구단들은 있다. MK스포츠 확인 결과, 포스팅 이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 등의 구단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아직 빅리그에서 검증된 것은 없지만, 다른 FA들에 비해 높지 않은 몸값에 KBO리그에서 성공을 경험한 선수를 영입하는 도박에 참여할 팀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문제는 조건이다. 만으로 스물아홉인 그에게 ‘불리한 조건의 계약으로라도 나가서 도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당장 주전 자리를 얻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만족할 만한 조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얇은 FA 유격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하성은 윈터미팅 기간 계약할 가능성은 작다. 유격수 시장 ‘원톱’으로 평가받는 보 비셋을 비롯해 카일 슈와버, 카일 터커, 코디 벨린저 등 다른 야수들이 움직인 이후 ‘2티어’ FA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은 계속될 것이다. 김하성은 결국 어느 시점에는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계약 기간이다. 2025시즌 어깨 부상에서 회복, 시즌 막판 건강함을 증명한 그가 ‘짧고 굵은’ 계약으로 다시 한번 자신에게 베팅할지, 아니면 조금 더 안정적인 장기 계약을 택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옵트 아웃 등의 조건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이런 것에는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하나는 포지션이다. 현재 시장에는 그를 유격수로 생각하는 팀도 있지만, 2루수로 생각하는 팀도 있다. 보라스는 지난 단장회의 기간 가진 인터뷰에서 김하성이 2루수로 계약할 가능성도 있음을 열어뒀다.
김하성은 지난겨울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탬파베이 레이스를 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유격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겨울에는 그 고집을 꺾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가 2루에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선택의 폭은 당연히 더 넓어진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2루수가 취약 포지션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이정후와 한 팀이 될 수도 있다. 지난겨울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시애틀 매리너스, 김하성을 꾸준히 지켜본 LA다저스 등이 움직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재결합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USA투데이는 샌디에이고가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 시장에 올렸다고 전했다. 만약 이들이 크로넨워스를 정리한다면 김하성의 이름을 생각할 수도 있다. 팬들도 이를 원할 것이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